성체 줄기세포 난치병 환자에 주사 "74명 중 64명이 증세 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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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에서 뽑은 성체(成體) 줄기세포를 뇌경색 등 난치병 환자에게 주사해 증세가 호전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가톨릭 의대와 전북대 의대팀이 뇌경색.버거병 등 혈관성 난치병 환자 74명에게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한 결과 64명의 증세가 좋아졌다고 10일 발표했다. 그동안 국내 대학병원이나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성체 줄기세포로 한두 명의 환자를 치료했다고 발표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수십 명의 환자에게 적용한 경우는 없었다. 또 정부가 나서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팀이 사용한 줄기세포는 환자의 골수에서 추출한 것으로 성체 줄기세포로 불린다. 성체 줄기세포는 태반에서도 추출한다.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석좌교수가 연구하는 줄기세포는 여성의 난자에 체세포의 핵을 심어 배아를 만든 뒤 여기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배아 줄기세포로 불린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나형균 교수는 뇌경색 환자인 전직 은행원(36)에게 우회 혈관 수술을 한 뒤 줄기세포를 주사했더니 가족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언어장애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 전에는 말도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했다고 한다. 이런 방법으로 5명 중 3명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한창환 교수는 버거병 환자 23명에게 줄기세포를 주사해 21명의 증세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버거병은 사지의 동맥과 정맥에 염증이 생겨 피가 돌지 못해 손발이 저리다가 심하면 썩는 질환이다. 하지만 이번 줄기세포 치료로 환자들의 증세가 완치된 것은 아니다. 한창환 교수는 "걷기.혈압.뛰기 등 다섯 가지 항목을 따져 60점 정도로 보면 된다"면서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연구 결과는 반드시 권위 있는 국내외 학회지에서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줄기세포에 대한 환상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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