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토 유물, 흙 안 털어도 원형 볼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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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흙과 돌덩어리가 뒤엉킨 채 발굴된 금동신발(左)이 오물 제거작업을 거치지 않고도 3차원 CT작업을 통해 온전한 형태로 (위에서 본 모습) 재구성됐다. 최정동 기자

앞으로 오물제거 등 일일이 손질을 하지 않고도 출토유물의 전체적인 형태와 세부 내용까지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송의정)와 서울대병원(원장 성상철)은 지난해 충남 공주시 의당면 수촌리 고분군(사적 제460호) Ⅱ지구에서 발굴한 4~5세기 백제시대 금동신발과 금동관모를 흙과 돌 등이 범벅이 된 덩어리째 3차원 CT 영상처리를 한 결과 유물의 온전한 모습을 확인했다고 9일 영상자료와 함께 발표했다.

이는 X선 촬영 결과 금동신발 속에서 확인된 백제인의 발뼈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시도하던 끝에 3차원 CT를 이용하면서 얻어낸 개가다. 이번 작업에 동원된 3차원 CT는 서울대병원이 3월 심장병환자들의 진료를 위해 국내 최초로 도입한 최신 의료기기로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이정빈 교수와 영상의학과 홍성환 교수가 작업을 주도했다. 이로써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했던 문화재의 발굴과 복원처리에 있어서 처리 기간의 단축은 물론 정확성을 기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작업 결과 금동관모의 경우 앞뒤좌우의 모양은 물론 내부의 찌그러진 정도까지 파악할 수 있었으며 금동신발에선 이미 알고 있던 발뼈 외에 정강이뼈가 추가로 확인됐다. 송의정 소장은 "지금까지는 X선 촬영만으로 유물의 평면적인 윤곽 정도를 파악할 수 있었으나 이번 3차원 영상진단으로 마치 보존처리가 끝난 뒤 박물관에 전시된 것과 같은 모습으로 이들 유물을 화면상에서 재구성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만훈 기자 <mhlee@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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