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내끗발만알고 남의끗발모르는 `도박'|대학선 보안 비상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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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일 문을 연 82학년도 대학입시원서접수창구는 사전경찰이 빈번, 치열한 정보전 양상을 보였다.
많은 수험생들이 창구앞에 쪼그리고앉아 1∼2시간 접수현황만을 살피며 학부모·지도교사들과 귀엣말을 나누다가 가지고 온 윈서를 접수시키지 않고 되돌아가는등 탐색전이 한창이었다.
연대기계공학과에 원서를 내려던 김종막군(18·인천광성고3년)은1시간쯤 접수창구에서 눈치만 살피다『오늘은 응시추세만 살피러왔다. 마감일인13일 원서를 내겠다』며 되돌아갔다.
재수생우모군(20·서울대광고졸)도『오늘은 접수현황만 보러왔다』며『몇몇대학에 파견해둔 친구들로부터 정보를 교환한뒤 접수시키겠다』고했다. 노군은『이번 입시는 경쟁이라기보다 도박에 가까와 상대의 패를 보는 사람이 이기는것이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접수창구의 눈치작전에서 지방학생들이 불리한것은 어쩔수 없는일.
성균관대 첫 접수자인 목포고출신 김모군(20)은 2백53점으로 경제학과를 지망. 김군의 아버지는 『지방이란 핸디캡 때문에 눈치보기는 엄두도 못내고 원하는 한 학교에만 지원을 하겠다』며 의연한(?)태도를 보였다.
학생늘의 눈치보기만큼 각대학의 지원생 학력고사점수 보안작전도 극성.
연대 윈서접수위원장 황규진씨(48·박물관 문서주임)는 기자가 지원생들에게 말을 걸려고하면 마이크로『학력점수를 묻는 사람이 있으면 절대응하지 마시오』라고 방송, 과민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방송이 되풀이되자 일부 수험생들은『점수보안은 대학에서하라고 문교부가 지시한것이지 수험생이 지키라는 것이냐』고 한마디씩하기도.
이대에서는 원서접수 창구를 완전 차단, 수험생등 외부에서는 접수직원의 얼굴조차 볼수없게 하고, 서울대에서는 접수장에는 학부모들조차 들여보내지 않는등 보안에 신경을썼다.
그러면서도 각대학은 미달사태를 빚을까 전전긍긍.
서울대등에서는 접수 첫날인 11일접수창구가 한산하자 예상했었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J대·S대등 중간점수그룹의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은 하오1시가 넘도록 지원생이 보이지 않자 거의 울상. J대는 상오9시∼10시까지 15명, S대는 겨우 10명이 지원하자 지원현황을 묻는 기자들에게『창피해 말도 못하겠다』며『어떤 학생이 오느냐보다 얼마만큼의 학생이 오느냐가 문제』라며 불안한 표정이었다.
각고등학교에서도 자체적으로 작성한 배치기준표의 보안에 부심, 서울K고교에서는 기준표를 작성했던 교사로부터『절대로 발설을 않겠다』는 각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학력고사에서 상위권에 든 학생들은 원서를 접수시키면서 벌써합격이 되었다는 태도.
한양대공대를 지원한 제주오신고 양모군(18)은 아버지와 함께 윈서를 접수시키면서 합격은 분명하다는듯 『등록일이 언제냐』고 접수직원에게 묻기도 했다.
올해 학력고사 전국 수석자를 낸 제주제일고는 신흥명문교로 발돋음, 서울대에 유례없이 많은 지원생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제일고출신부모군(19)은『졸업생5백명중 서울대에만 50명이상이 지원했다』며『각자 알아서 원서를내라고해 서울구경도 할겸 친구들과 함께 직접 올라왔다』며 자신있는 표정.
올해는 지원에 지역제한이 없어져 지방수험생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학력고사점수 2백75점에 내신 1등급의 김부기군(18·경남통영고3년)은 상오10시도 안돼 연대전자공학과에 원서를 접수시킨뒤『신문에 발표된 합격권을 무난히 돌파,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며 서울학생들의 응시현황을 빨리 보고 싶다고 했다.
이대접수창구인 동창회관입구 양쪽에서 본사특별취재반이 지원상황을 묻는 설문지를 나눠주자 학생들은「입시정보갈증」을 조금이라도 풀기위해 적극 협조.
학생들은 조사내용이 즉시 보도되기를 바란다며 상당한 기대를 보였다.
이대 의예과를 지원한 재수생 이모양(19·정신여고졸)은『지난해엔 원서를 무제한으로 낼수있어 지원자 분포공개가 어려웠지만 올해는 2개대학에만 지원할수 있으므로 당국에서 점수를 밝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매년 있는 일이지만 올해도 사소한 실수를 저지른 학생들이 많았다.
태백시 황지고 신호원군(19)은 대구의 모대학과 연세대에 동시에 응시원서를 제출하기위해 동분서주하다 봉함도장찍는것을 잊었다고.
연세대원서를 대구서점에서 구했다는 신군은 곧『대구로 내려가야 하는데 봉함도장을 받으러 석지에 갈수있을지 모르겠다』고 계속 하소연하자 접수창구직원은 봉함확인을 고집하면서도『마감날에 오면 봉함도장날인없이도 원서를 접수하겠다』고 확약.
학력고사 응시후 영장이 나와 군에 입대한 수험생도 학교에 선처를 하소연. 학력고사점수는 2백91점을 얻었으나 지난5일 입대했다는 김모군(22)의 동생은 연세대에 전화를 걸어『면접에 형대신 나갈수 없느냐』고 묻기도. <전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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