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축구 응원열기 뜨거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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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새벽(한국시간) 쿠웨이트 알 카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에서 원정응원을 온 붉은 악마들이 힘차게 한국팀을 응원하고 있다.(쿠웨이트시티=연합뉴스)

낮 기온 섭씨 45도, 그나마 경기 직전 섭씨 36~37도. 모래열풍과 쿠웨이트 응원단의 물병투척 소동.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대표팀은 4-0,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어냈다. 쿠웨이트 현지 분위기와 국내의 '꼭두새벽 응원열기'를 전한다.

◇물병 투척 소동= 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이 열린 쿠웨이트시티 알 카즈마 경기장에서는 경기전부터 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드는 소동이 벌어졌다. 심지어 경기중에도 물병 투척으로 경기가 15분간 중단되는 사태도 일어났다.

경기 시작 전부터 쿠웨이트 관중들의 응원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일부 흥분한 관중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낸 한국 취재진을 향해 일제히 물병을 던진 것. 이 중에는 단단히 얼어있어 '흉기'를 방불케 하는 물병도 있었다.

또한 한국이 박주영, 이동국의 연속골로 경기를 2-0으로 리드한 전반 29분, 쿠웨이트 관중이 경기장 양 측면에서 물병을 마구 던쳐 경기가 중단됐다. 현지 경찰이 장내를 정리하고 관중의 물병 투척을 막느라 경기는 15분간 속개되지 못했다.

◇쿠웨이트측 표정= 경기장에는 경기 시작 2시간쯤 전부터 쿠웨이트 축구팬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뤘다. 쿠웨이트 군악대가 등장해 응원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부터 0-2로 뒤지면서 쿠웨이트는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프타임 동안 한국의 벤치멤버들이 일찌감치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푸는 동안 쿠웨이트 선수 중 연습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또 전반이 끝나자 몇몇 쿠웨이트 관중들은 후반 관전을 포기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현지응원 열기= 한국 교민 응원단과 붉은악마 원정대도 일찌감치 본부석 왼편에 자리를 잡고 태극기와 부채를 이용해 응원전에 나섰다.

'박지성 고 투 유나이티드(Go To United)!'라는 응원문구도 등장했다. 박지성(24.에인트호벤)의 잉글렌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행을 기원하는 뜻에서다.

경기장 양 측면에는 곤봉과 방패를 든 무장경찰 100여명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붉은악마 응원석 주변에도 현지경찰 6~7명이 앉아 쿠웨이트 팬들의 접근을 막았다.

◇국내도 뜨거워= 전국의 시민들은 9일 새벽 가정과 술집 등의 TV 앞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일부 호프집, 카페 등은 '오늘 한국-쿠웨이트 축구 중계합니다', '대형 스크린 설치' 등 입간판을 세워 놓고 한밤중 '응원 손님'을 끌었으며 열성 팬들은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호프집 등에 모여 '실내 응원전'을 벌였다.

그러나 경기가 우리나라 시각으로 새벽 2시 45분에 시작된데다 광화문 등 거리의 실내 대형전광판에서 경기 중계가 이뤄지지 않아 '붉은악마'의 거리응원전은 볼 수 없었다.

한국이 박주영, 이동국의 전반 연속골로 일찌감치 앞서며 승리가 확실시되자 호프집 등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일부 시민들은 집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경기 부천의 한 찜질방에서 경기를 본 김미영(31.주부)씨는 "새벽잠을 설치면서 대형화면이 있는 찜질방에 와서 경기를 봤다"며 "너무 쉽게 이겨 좀 싱겁긴 했지만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호프집 주인 오승한(37)씨는 "팬 서비스 차원에서 대형 TV를 구입해 오늘 처음 설치했는데 손님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몰리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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