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토론에 비친 독자들의 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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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각자부담으로 습관을 바꾸어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토론에 참가한 74명중 과반수가 넘는 55%. 41명이 각자부담을 찬성했다. 찬성이유는 각자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또 돈을 내는 측이나 안내는 측 모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 등이었다. 특히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허례허식과 과시욕이 판치고 있어 이 같은 허황한 허세를 없애기 위해서도 각자 부담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각자 부담 반대 이유는 우리만의 미풍양속인 만큼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살려나가야 한다는 것. 가뜩이나 메말라 가는 인심 등을 고러할 때 인정 미 넘치는 이 관습은 생활의 윤활유 구실을 다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찬성>

<막판에 기분 잡칠 수도>
우리 나라 사람들은「체면」때문에 않는 것이 참으로 많다.
친지들끼리 만나 유쾌히 잘 지내다가도 자리에서 일어설 땐 한바탕 싸움(?)을 벌여 기분을 잡치곤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서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기분 좋게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자기 몫은 자기가 치르는 습관을 생활화하자. 채홍묵<34·경남마산시귀암동18의1>

<대표적인 허례허식>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민족의 나쁜 습성으로 허례허식을 들 수 있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도 잔치는 으리으리하게 치러야하고 여러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자기가 돈을 내야만 직성이 풀린다.
친구들끼리 어울리면 부득부득 자기가 낸다고 우기며, 계산대에서는 외상이 된다, 안된다 해서 승강이를 벌이는 것도 흔히 본다.
이런 것들이 모두 낭비와 허세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각자 부담을 생활화하여 허세와 낭비를 몰아내자. 정주식<학생·대구시남구대명2동10통3반1906의28>

<대접받는 사람도 부담>
흔히 택시 속에서 극장 매표구 앞에서, 그리고 음식점 계산대 앞에서 서로 자기가 내겠다고 다루는 사람들을 본다. 이런 경향은 여자보다 남자들에서 두드러진다.
남자들의 수입이래야 그게 그것으로 서로 뻔할텐데 굳이 자기가 먼저 내겠다고 성화인데는『꼭 저래야 할까…』하는 생각이다.
내는 사람은 과용해서 후회스럽고, 대접받은 사람은 신세를 져 부담스러운 이런 떳떳지 못한 습관은 시정돼야 한다고 본다. 서형숙<30·주부·서울마포구상암동34의45>

<남자친구와 교제 끊어>
얼마전 친구의 소개로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만날 때마다 극장값·음식값·차값·교통비 할 것 없이 모두 자기가 냈다. 그의 수입을 빤히 아는터라 가끔 내가 내려해도 막무가내로 자기가 계산했다.
처음 한두번은 그냥 지났지만 몇번 지나면서부터는 마음에 부담이 돼 선뜻 만날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교제마저 끊어지고 말았다.
교제하는 남녀가 똑같이 부담하는 것은 어떨지 몰라도 여자도 가끔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건전한 남녀교제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혜련<인천시북구가주동531>

<창피한 일이 아니다>
왜정 때도 「가부시끼」라는 것이 있었다. 모임 같은 데서 드는 비용을 참석자 모두가 똑같이 나눠 지불하는 것으로, 그때는 이를 창피하다느니. 실례라느니 하고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방법을 어색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 어느 개인이 지불하는 것은 몰라도 이것이 계속되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 못된다.
서양사람들은 모두 각자 부담 또는 나눠내기 방식을 일상화하고 있다 한다. 우리도 이 방식을 채택, 습관화한다면 멀지않아 좋은 습관으로 정착되리라고 생각한다. 곽동웅<충남대전시대흥동116의3>

<눈치보는 것보다 낫다>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는 편이다. 우리들은 만나면 늘 각자 부담이다. 부모에게서 용돈을 받아쓰는 처지에서 남의 몫을 내준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자기 몫은 자기가 내는 것이 나중에 서로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훨씬 떳떳하고 인간적이다.
친구간 두터운 신뢰와 정을 갖고 서로간 부담 없이 하는 행동 이것이 가장 올바른 태도이리라. 김명숙(학생·서울강남구방배2동 소라아파트>

<술 깨고 나서야 후회>
종전에는 모임에 나가면 언제나 내가 계산을 치러야만 속이 시원했다. 그러나 최근엔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얼마전 연거푸 세번씩이나 내가 계산을 해야할 기회가 있었다. 그땐 술김에 기분 좋게(?)해버렸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후회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그 후론 모임에 나갈 일만 있으면 두려옴이 앞서곤 한다.
특히 박봉에 매어사는 샐러리맨의 경우 한푼이라도 낭비할 수 없는 처지로 어느 누구가 전체의 비용을 도맡는다는 것은 비합리적인 것 같다.
자신의 몫은 자기가 지불, 어느 자리든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는 풍토가 아쉽다. 이용건<24·경기도고양군벽제읍고양리22의2>

<반대>

<돈 없다고 못 만나나>
사람이 살다보면 거리에서 친구나 안면 있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는 경우도 있고 음식점이나 다방을 찾는 경우도 있다. 이때 돈이 없으니 나는 갈 수 없다고 말할 수가 있겠는가. 더치페이가 상례라면 아마 이런 경우는 헤어져야하리라고 생각된다. 더치페이가 철저해진다는 것은 바로 대접 없는 사회, 인정 없는 사회를 낳는다. 사람은 돈에 얽혀서만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성요진<45·충북제천시교동141의5>

<자기 분수만 지키면>
서울올림픽이 몇 년 후로 다가오지만 우리국민들도 고유의 풍속으로 자부할 수 있는 것은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고 본다. 물론 남을 대접하는 행위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용을 부리지 않고 분수를 지킨다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고 생각된다. 음식이나 술값을 혼자 치른다고 해서 결코 위선은 될 수 없으며 이것은 서로 생각하는 마음이 없으면 볼 수 없는 일이다. 김인철<40·전북전주시인후아파트123동507호>

<"욕이라도 하고싶다">
자기 것만 먹고 계산하고 나온다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거리를 나서는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한국인이다. 관습과 인습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면 수정은 불가피하겠지만 더치페이까지 수용해 우리의 인정 어린 풍경을 없앨 필요는 없다고 본다.『내가 먹은 것 지불했네, 자네 것 계산하고 나오게』한다면 뒤를 향해 욕이라도 하고싶은 것이 우리들의 마음이다. 박찬용<경남진주시하대동25통2반336의3>

<큰 부담이 아니라면>
요즘 다방이나 음식점에 가보면 간혹 일행인 듯한 사람들이 계산대에 서서 한사람씩 자기 먹은 몫을 내고 가는 모습을 본다.
서로 부담을 주지 않고 자기 몫은 자기가 해결한다는 뜻에서 어찌 보면 좋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입장으로서는 이를 그대로 좋게만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계산을 하는 과정도 번거롭고, 얼마 안되는 돈을 가지고 너무 야박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큰 부담만 아니라면 이번엔 이쪽이, 다음엔 저쪽이…이런 식이 어떨까. 가뜩이나 살벌한 세태가 그대로 반영된 것 같은 각자 부담이 나로선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남연희(23·강원도춘천시요선동127)

<마음은 쪼들리지 말길>
주머니는 비었어도 마음만은 쪼들리지 않는 것이 서민들이다. 각자 내기가 생긴다면 돈 없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열등감을 느끼게 되고 이래서 모임이라도 한두번 어울리지 못하면 자연히 가까운 사람들과도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요즈음이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각박하고 메마른 세상은 결코 아니다. 내가 없을 때는 상대방이, 상대방이 없을 때는 내가 내는 것은 예부터 내려오는 자연스런 관습이다. 김철수<강원도동해시묵호동2통4반>

<정 담긴 승강이는 흐뭇>
웃어른을 모시고 술대접을 하는 경우나 친구와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 때 그 값을 각자가 낸다면 세상은 너무 삭막하다. 물론 부담이 너무 크면 후회감도 없지 않을 것이고 돈이 없는 경우는 주저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올바른 우정이라면 자신의 없는 처지를 떳떳이 밝힐 수 있어야 하고 훗날 다시 자신이 베풀면 되지 않겠는가. 계산대 앞에서의 승강이라도 그것이 정에 담긴 것이라면 흐뭇한 것이다. 홍득표<44·강원도정선군북면북평3리204의2>

<흠이 되는 건 아니다>
인간의 정이란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것이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서구에서도 메마른 풍토 때문에 점차 동양의 따뜻한 미덕을 찾는 사람이 늘어간다고 한다. 막걸리집에서 우의와 겸양으로 서로의 우정을 나누던 우리에게「더치페이」가 끼여든다면 삭막한 풍경이 연출될 것은 분명하다. 상대방이 어려운 사정이라면 좀 넉넉한 측이 음식이나 술값을 치렀다고 흠이 되는 세상이 돼서는 안된다. 유아지<25·부산시부산진구초읍동초읍파출소내>

<이기심만 더해진다>
세상이 모두 변한다해서 사람마저 변하고 풍속도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이웃을 사랑하고 서로 나누어 가지면서 살아온 아름다운 민족이다. 차 한잔하면서 각자 부담하고 소주 한잔하면서 각자 낸다면 인간사회의 갈등을 일으키고 친구사이에도 이기심과 자만감을 조장하는 것만 같아 생각하기도 끔찍하다. 이상희<45·서울관악구봉천동400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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