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부 쉬워요] 예금 이자 적고 직접 투자는 겁나서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틴틴 여러분, 우리나라 펀드 판매액이 지난달 18일 200조원을 넘었다는 기사 보셨나요. 펀드가 뭐기에 200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몰리는지 알아봅시다.

펀드(fund)는 '여러 사람이 모은 뭉칫돈'이라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행사를 하려고 돈을 모으면 그것도 펀드라고 할 수 있죠. 이 글에서 말하는 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기 위해 모은 돈을 가리킵니다.

여러분이 직접 주식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일단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여러 주식을 사기 힘들 테고, 전문 지식이 없어 뭘 사야 할지 자신없을 것입니다. 이런 때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펀드매니저라고 불리는 전문가에게 투자를 맡기는 것이죠. 증권회사들은 전문가를 앞세워 펀드를 만들고, 여기에 투자하도록 권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왜 요즘 들어 많은 돈이 펀드로 몰리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돈의 가치(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옛날엔 돈을 안전한 은행에 맡기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낮아지면서 요즘엔 은행에 돈을 맡기는 사람이 줄고 있는 것이죠. 10여 년 전만 해도 1만원을 은행에 맡기면 1년에 1000원(연이율 10%) 정도 이자가 붙었지만 요즘에는 300~400원(연이율 3~4%)이 고작이에요. 특히 이자 소득에 붙는 세금(이자의 16.5%)을 떼면 이자가 물가 상승분(2004년 물가상승률 3.5%)보다도 적게 되죠.

은행에 돈을 맡겨 안전하게 지키는 것도 좋지만 그대로 두면 재산 가치가 줄어드는 셈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렇다고 주식 등에 직접 투자하기는 어려워요. 주가는 하루에도 아래 위로 15%나 움직일 수 있어서 1만원에 산 주식이 다음날 1만1500원이 되는가 하면 8500원이 되기도 해 위험성이 큽니다. 채권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거래되는 덩치가 커서 개인이 쉽게 투자할 수가 없어요. 같은 이유로 땅을 사 커다란 상가 건물을 짓고 싶어도 수십억원을 어떻게 마련하겠어요.

이런 개인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이 펀드예요. 개개인이 몇백만~몇천만원씩 낸 돈을 모아 만든 펀드는 보통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뭉칫돈이 됩니다. 펀드매니저가 이 돈으로 비싼 회사 주식은 물론 채권.건물 등을 산 뒤 수익이나 손실을 투자자에게 나눠줍니다. 이렇게 하면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이 적어집니다.

이처럼 남을 통해 간접적으로 다양한 투자를 하기 때문에 펀드 투자를 간접투자라고도 합니다. 선진국들도 사람들이 예금.적금에 치중하다 저금리 시대가 오자 간접투자로 옮기는 과정을 거쳤어요.

1975년 미국 가정이 갖고 있는 금융자산 중 예금이 55%로 지금 우리나라 비중(2003년 약 57%)과 비슷했어요. 당시 미국의 금리(10년 만기 국채)가 연 12%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80년대 중반 금리가 연 3~4%로 떨어지면서 펀드 열풍이 불었죠. 때마침 미국 기업들의 경영도 투명해지고 펀드를 제대로 다루는 전문회사들이 생긴 데다 투자자들도 열심히 간접투자를 배우게 됐어요. 지금 미국의 가계 금융자산 중에서 주식.채권.펀드 같은 투자 상품 비율이 70~80%나 되고 은행 예금은 10% 정도에 불과해요.

우리나라도 미국 등과 비슷한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앞으로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는 은행 예금.적금만큼 흔하고 익숙한 일이 될 거예요.

이렇게 펀드가 늘면 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된답니다. 주식 시장에 펀드 자금이 들어오면 주식을 사는 사람(수요)이 늘어 주가도 오르게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면 공장을 짓는 등 투자를 할 때 필요한 돈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잘 되면 일자리도 많아지고 사람들의 소득도 늘어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펀드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아주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어디에 투자하느냐를 기준으로 나누는 경우가 많은데 법에 따른 분류를 볼까요. 우선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증권 펀드가 있습니다. 또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 금과 같은 실제 물건에 투자하는 실물펀드, 돈을 모아 외국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투자펀드 등이 있답니다.

이 중 증권 펀드는 다시 무엇을 주로 사느냐에 따라 주식형.채권형.혼합형으로 나눕니다. 또 손해 볼 위험이 크더라도 높은 수익을 얻으려 애쓰는 펀드(성장형)와 수익도 적지만 손해볼 가능성도 작은 펀드(안정형)로 나눌 수도 있어요.

보통 펀드는 한꺼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데 요즘은 은행 적금처럼 매달 조금씩 넣는 방식의 펀드(적립식 펀드)도 인기를 끌고 있어요. 너무 복잡하다고요? 다 암기할 필요는 없어요. 백화점에 가서 필요한 물건만 사면 되지 거기 있는 물건 종류와 상표를 다 알 필요는 없죠.

하지만 백화점에 양복을 사러 갔다가 구두를 사오면 안 되듯 실제 투자를 하려면 최소한의 공부가 필요해요. 펀드는 이익이 날 수도 있지만 애초 넣은 돈보다 줄어들 수도 있어요. 예금은 은행이 망해도 법에 따라 일정 금액까지는 국가가 보호해 주지만 펀드는 그런 보장도 없어요. 그러니까 펀드를 잘 골라야 하는데 전문적인 펀드 평가회사를 찾거나 신문에 나오는 펀드에 관한 기사를 꼼꼼하게 살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승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