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인피니온, 정부에 으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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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독일의 반도체 회사인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가 세제개혁으로 인해 현재 받고 있는 세금혜택이 줄어들 경우 본사를 스위스로 옮기겠다고 독일 정부를 위협하고 있어 주목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개혁 정부는 과거 영업손실의 일부를 법인세에서 감면해주는 현행 세법 규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혁을 추진 중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28일자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인피니온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영업손실에 대한 감세혜택이 줄어들면 현금흐름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피니온은 미국의 마이크론과 함께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 금융지원이 사실상 한국 정부의 보조금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울리히 슈마허 인피니온 회장은 경제적 이유로 본사를 스위스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며, 이사회는 29일 이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FT는 전했다.

인피니온은 슈마허 회장이 제안할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한 채 "이전 여부와 시기에 대한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세금부담이 작아 기업활동에 유리한 데다 삶의 질과 경쟁력 부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최근 다국적 기업의 본사들이 속속 몰리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의 치과기자재 회사인 노벨 바이오케어가 스웨덴의 과중한 법인세율을 이유로 본사를 스위스로 옮겼으며, 핀란드의 이동전화회사인 마이크로셀도 최근 본사를 스위스로 이전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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