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대입요강 6월안에 못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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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의 2008학년도 입학 전형 계획 발표가 상당 기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선 고교 1학년 교실의 불안과 동요는 계속될 전망이다. 또 교육부와 대학 간 힘겨루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 대학의 입학처장협의회는 지난 4일 오전 서울 조선호텔에서 회장단 모임을 열고 2008년도 입학 전형 계획을 교육부가 요구한 시한인 24일까지 제출하는 것은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는 회장단 11개 대학 중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9개 대학 입학처장이 참석했다. 협의회는 조만간 대학교육협의회와 교육부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당초 새로운 입시제도를 적용받는 고교 1학년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1학기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전인 6월 중에 전형 계획을 발표할 것을 대학들에 요구했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최소한 1학기 기말시험을 치른 뒤 성적 분포에 대한 분석을 거쳐야 정확한 입시요강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입학처장은 "대학들은 각 고등학교의 시험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전혀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며 "이런 가운데 6월 24일까지 입시계획을 만드는 것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현철.하현옥 기자

[뉴스 분석] 대학들 - 교육부 기 싸움에
2학기 돼야 입시안 나올 듯

대학들이 쉽게 새 입시전형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직도 일선 고등학교의 내신성적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지난 1학기 중간고사가 예년보다 훨씬 어렵게 출제됐다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내신 부풀리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수도권 지역 대학의 입학처장은 "보통 평균 75점이 될 수 있도록 했다지만 더 쉽게 출제한 학교가 의외로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간고사 성적만으로 내신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말고사와 합산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재수를 하면 새 대입제도를 적용받는 고2들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그래서 대학들은 일단 기말고사 성적이 나온 뒤 표본학교를 정해 성적을 정밀 분석한 다음 내신과 수능.논술.구술의 비중을 정하는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나 대교협에서 표본자료를 수집해 공통작업을 한다면 8월 중반께, 대학별로 따로 작업을 한다면 2학기가 시작된 뒤에야 입시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결국 기말고사 전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해 주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은 현재로선 무산될 공산이 크다. 서울 J여고 1학년 이모양은 "대학에서 입시안이 나오면 희망학교에 맞춰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지금으로선 내신과 수능에 논술.구술까지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어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현철.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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