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 군살빼기 진통|새 좌표찾아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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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제단체에도 체질개선과 세대교체라는 이름으로 기구개편과 인원감축의 바람이 다시 일고있다.
정부산하단체인 대한상의, 무역협회, 중소기협중앙회는 물론, 민간단체인 전경련도 마찬가지다.
특히 전경련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부회장1명과 한국경제연구원장 및 전무급인 감사등도 물려날 것으로 알려져 초유의 변혁을 치르게될 것 같다.
대한상의도 감사1명, 이사1명등 중역 2명과 부장4명을, 무역협회는 임원3명을, 중소기협중앙회도 부장3명을 감축할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이들 단체의 진통이 자발적이기보다는 외부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미는 한층 심각한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물러날 것으로 거론되는 경제4단체임원은 ▲전경련에서 신태환 한국경제연구원장(부회장급). 윤태섭부회장, 김정렬감사 ▲대한상의 김봉광감사, 송원춘이사(? )▲무역협회 최장식이사. 황돈이사, 손모이사등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퇴임여부는 다음주까지 확정될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는 이미 지난해에도 한차례 인사개편을 단행, 「연부력강한 신진들」을 대거 새임원으로 맞아들인 바 있었다.
이번 개편은 아직도 정제단체의 체질개선이 덜 되었다는 뜻인지,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뜻인지 막상 경제인들조차도 감을 헤아리기 어렵다는 표정들이다.
명분이야 어떻든 비교적 무풍지대였던 경제단체에 불어닥친 바람은 이래저래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어 새로운 「틀」이 잡히려면 한차례 고비를 지나야할둣.
법정만체든 임의단체든간에 이들 경제단체의 영향력이 크게 비대해진 점에 비추어 이번 개편을 보는 각계의 눈길은 다양하다. 하나 공통적인 점은 자의든 타의든 이번 개편을 개기로 이들 단체도 종래의 고식적인 운영에서 탈피해줄것을 바라는 마음이다.
민간주도경제를 정착시키려면 이들의 역할은 어떤형태로든 새로운 좌표를 찾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관과 민」 또는 「관에 이끌리는 민」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민간경제를 주도하고 「관의테두리를 정해주는」 새로운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경제인들의 바람이다.
전경련명예회장 김용완씨는 그가 전경련회장으로 있을 때 『전장의 최일선에는 총탄과 상혼이 함께 날아간다』고 말한바 있지만 경제인·경제단체의 속성은 어디까지나 민의 입장, 비지니스의 입장이다.
불황이 심했던 최근 3년동안 이들 경제단체들은 기회있을때마다 『우리 기업들은 불황의 심연에서 헤매다못해 도산직전에 있다』고 소리 높여 이런 입장을 대변해왔다.
이러한 주장은 『안정기조로의 전환과정에서 피할수 없는 진통이며 여러지표상 우리 경제는 착실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정부당국자들에게 불황의 심도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확실히 불황이다. 빚을 많이 진 빈 껍데기뿐인 대기업은 『설마 은행이 부도는 못내겠지』하는 한편의 위안은 있을지 몰라도 기댈데 없는 중소기업들은 생존경쟁의 원리에 따라 명멸하고 있다.
이번 기구개편이 과연 경제단체의 새로운 좌표를 찻는데 한 계기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런일은 형식으로서의 기구개편만으로 이루어지기도 어려울 것이다. 「관의 자제」와 민의 새로운 각오가 선행과제이기 때문이다. <박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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