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약속' 보여준 휴먼 원정대…13일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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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수습을 성공적으로 마친 2005 초모랑마 휴먼 원정대는 4일 오전 11시(한국 시간 정오, 이하 중국 시간) 베이스캠프에서 위령제를 끝으로 원정의 막을 내렸다.

대원과 셰르파 등 40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초모랑마 등반에서 숨진 산악인들의 묘비가 모여있는 메모리얼 광장에서 열린 위령제는 앞서 간 다섯 명의 계명대학교 산악인을 위한 위령제와 묘비 제막식도 함께 가졌다.

제막식은 짙은 구름으로 초모랑마 정상은 보이지 않고 하늘에는 간간이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거행됐다. 초모랑마가 한눈에 보이는 메모리얼 광장에 이미 만들어져 있던 고(故) 최병수 대원의 묘비를 중심으로 지난 해 숨을 거둔 백준호, 박무택, 장민 대원의 묘비와 지난 달 3일 베이스 캠프를 격려차 방문했다가 하산 길에 티베트의 주도 라사에서 폐수종으로 운명한 한승권 계명대학교 산악회 OB회장의 묘비를 나란히 안치시켰다.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유족들의 물품-아내의 편지, 가족사진, ROTC 임관 반지(백준호 대원), 등산화, 자켓, 아내의 편지(박무택 대원), 어머니가 뜨신 스웨터, 배냇 저고리, 부모님의 편지(장민 대원)- 등을 소각하고 묘비 아래 묻는 의식도 가졌다.

위령제를 마친 전 대원은 식당 텐트와 일부 대원 텐트를 철거하고 화물 백에 개인 짐을 싸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베이스 캠프를 철수해 인간이 사는 문명세계로 돌아간다는 설레임에 대원들의 마음은 들떠 있다.

원정대는 5일 오전 10시 베이스 캠프를 철수해 티베트와 네팔의 접경 도시인 장무에서 1박을 한 후 6일 네팔의 코다리를 거쳐 육로를 이용해 카투만두로 이동할 예정이다. 베이스 캠프에서 장무까지는 아홉 시간, 코다리에서 카투만두까지는 여섯 시간이 소요된다.

이제 원정대원들은 왔던 길을 통해 일상의 삶 속으로 되돌아 간다. 손칠규(52, 내륙말생산자협회장) 원정대장과 엄홍길(45,트렉스타) 등반대장을 포함한 17명의 대원들은 자신들의 생활을 잠시 접고 초모랑마의 차가운 벽에서 정열을 불태우다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 악우(岳友)들의 혼을 거두기 위해 석 달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원정대는 인간이 지켜야할 가장 아름다운 약속을 보여줬다.

원정대는 고(故) 백준호, 장민 대원은 찾지 못하고 박무택 대원은 케른(돌무덤)을 쌓아 티베트의 황량한 고원과 네팔 7000~8000m 산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시신을 안치시켰다. 비록 이들의 시신은 차가운 히말라야의 벽 아래 누워있지만 1년 만에 지킨 원정대의 아름다운 약속 때문에 이들의 영혼은 마음 편히 눈을 감았으리라 생각한다.

원정대는 13일 오전 6시55분(한국 시간) 타이항공을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하게 되며 오후 2시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거행되는 영결식에 참석하게 된다.

‘죽을 줄 알면서도 그들은 왜 히말라야로 떠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들은 히말라야가 좋아서 찾았지만 삶과 죽음이 무서울 정도로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히말라야의 차가운 벽에서 매일 힘겨운 외줄타기를 하면서도 어린 후배들에게 도전정신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이들은 인간이 이상이라고 여기는-이루려고 해도 이루지 못하는 목표를 우리에게 보여줬다. 그러므로 황량하고 척박한 히말라야에서 자신의 정열을 바친 먼저 간 산악인들의 정신을 받드는 것은 이제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고(故) 백준호, 박무택, 장민 대원이여!

이제 이승의 모든 한(恨)일랑 접어버리고 편히 잠드소서.

초모랑마 베이스 캠프=김세준 중앙m&b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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