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44분 동점골 … 한국축구 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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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에서 박지성(右)이 수비수의 밀착 마크를 뚫고 상대 문전으로 돌파하고 있다. [타슈켄트=연합]

아쉽다, 비겼다
박주영(中)이 후반 44분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후반 17분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박주영의 동점골로 1-1로 비겼다. [타슈켄트=연합]

“대~한민국” 광화문서 2만여명 거리 응원
‘붉은 악마’를 비롯한 2만여 명의 축구팬이 3일 밤 서울 광화문 네거리 등에 모여 대형 전광판을 바라보며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 나선 한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태극기와 빨간 스카프, 막대 풍선 등이 넘실대는 뜨거운 응원이 펼쳐졌다. 한편 경찰은 광화문 일대에 45개 중대 4600여 명을 배치해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김상선 기자

박주영이 왜 '천재 골잡이'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A매치 데뷔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박주영 덕에 한국은 승점 7(2승1무1패)을 기록, 독일 월드컵 본선행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한국은 9일(오전 2시45분) 쿠웨이트와 최종예선 5차전을 치른다.

폭염 속의 원정 경기는 역시 힘에 겨웠다. 새로 수혈된 박주영과 베테랑 유상철도 경기 초반 내용이 좋지 않았다.

김한윤-유경렬-박동혁으로 이어지는 수비수들의 위치 선정이 나빴고,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읽지 못해 네 번의 코너킥이 모두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서울에서 한국에 패한 뒤 독일 출신의 위르겐 게데 감독을 해임하고 지난해 아시안컵에서 8강 진출을 이룩한 자국인 사령탑 라브샨 하이다로프 감독을 복귀시킨 우즈베키스탄은 달라진 모습으로 한국을 맞았다.

한국은 잦은 패스미스로 주도권을 우즈베키스탄에 내줬고, 전반 5분을 전후해서는 잇따라 4개의 코너킥을 내주며 흔들렸다.

특히 수비수 아수마노프가 날린 두 차례 헤딩슛은 간담을 서늘케 했다. 잔디 상태가 나빠 공이 불규칙하게 튀는 바람에 볼 컨트롤도 쉽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 15분을 지나면서 정상을 회복했다. 24분 유상철이 강한 오른발슛을 날렸다. 공은 우즈베키스탄 골키퍼 사포노프의 품에 안겼지만 동료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박주영이 전반 40분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가운데로 치고 가다가 아크 부근에서 안정환에게 연결한 공이 오른쪽으로 달려들던 차두리에게 연결됐다. 차두리의 오른발 대각선 슛은 낮게 깔린 채 골포스트 왼쪽을 비켜갔다. 전반에 맞은 가장 멋진 득점 기회였다.

후반 11분 박주영이 차두리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문전을 돌파한 뒤 왼발슛, 우즈베키스탄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선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이날 마수드 모라디 주심을 비롯한 이란 심판진의 판정은 한국 쪽에 유리하지 않았다. 15분쯤에는 박지성이 날린 강한 슛이 수비수 어깨에 맞고 굴절돼 골키퍼 사포노프의 키를 넘어 골문으로 빨려드는 듯했으나 마지막 순간에 사포노프가 껑충 뛰어올라 쳐냈다.

이때까지 한국은 유리한 경기를 했으나 순간의 실수로 수렁에 빠져들었다. 후반 17분 우즈베키스탄의 샤츠키흐가 미드필드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낚아챈 다음 뛰쳐나온 이운재의 머리를 넘기는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실점한 뒤 한국은 세찬 반격을 했지만 몸이 무거웠다. 그러나 희망이 꺼져가던 후반 44분, 박주영의 오른발이 번쩍였다. 이동국의 슛이 골대를 맞고 흐르자 정경호가 백패스했고 박주영이 슛, 기어코 우즈베키스탄의 골망을 흔들었다.

박주영은 "이기지 못해 아쉽다. 후반 골상황은 정경호가 백패스를 해줬는데 노마크여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후반 11분 오프사이드로 노골 선언된 골은 약간 애매했다. 골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타슈켄트=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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