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 읽기] 과학 속에 숨은 우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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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위대한 발견의 숨겨진 역사
원제 Eurekas And Euphorias
월터 그라처 지음, 김우열 옮김
청림출판, 488쪽, 1만8000원

과학은 물론 과학사도 싫다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맹신과 근거없는 경외심을, 일화로 깨우치고 타파해 과학의 실체를 생동감 있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저분하기로 유명한 영국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은 감기에 걸린 그가 배양접시에 콧물을 흘리고도 방치해 두었던 덕분이란다. 미국의 천재 수학자 노버트 위너가 이사한 집을 찾으려다 길에서 만난 소녀에게 브레틀로 가는 길을 물었더니 낄낄 웃으며 "네, 아빠. 집에 데려다 드릴게요"라고 답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천재는 사소한 기억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나.

188가지 일화는 오해와 우연, 기행과 특징, 경쟁, 희생과 인고 네 가지로 나뉘어 실렸지만 그 종착점은 하나다. 과학이 순탄하게 발전한 것이 아니라 실수와 행운, 좌절과 실패, 심지어는 도둑질과 악의적 속임수까지 그 디딤돌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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