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특허분쟁 심판' 특허법원에 맡겨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황우석 교수팀이 연구개발해 낸 환자 체세포를 활용한 줄기세포 배양 성공에 전 세계가 환호하고 있다. 황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에 대하여 특허신청 비용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지원하겠다는 분이 있었고, 정부는 드림팀을 만들고, 민간 차원에서는 대한변리사회가 변리사들로 전문지원팀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기술경쟁력을 높이려면 지식재산권 보호제도가 제대로 정비돼 있어야 한다. 애써 개발한 기술이 권리화되지 못하고, 특허를 받아도 권리를 침해하는 자를 막지 못한다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동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특허출원 세계 4위, 국제출원 세계 7위 등 숫자상으로는 특허 선진국이지만 특허심사와 분쟁처리제도에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허심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특허청에서는 지난 4월 심사관을 특채하는 등 심사관을 대폭 늘려가고 있지만 특허등록 후의 문제인 특허분쟁처리제도의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허침해 사건이 생길 경우 권리의 유무, 권리침해 여부에 대한 특허심판원의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심판처리 기간이 너무 길다. 2004년 통계를 보면 특허심판의 평균 처리기간이 12개월이지만, 실제로 각 사건은 1년반 정도는 걸린다. 특허침해 사건에서 법원 판결이 나오는 데 통상 6~9개월 정도 걸리는 것과 비교해 보면 오랜 기간이다.

2003년을 기준으로 심판사건 9149건 접수에 심판관은 39명이고, 일본은 3만3683건 접수에 심판관이 396명에 이른다. 단순 비교하더라도 업무량이 일본에 비해 3배 이상인 셈이어서 심판관의 애로가 많다.

특허출원이 지난해에 비해 대폭 늘어나 희망적이고, 특허심사 기간을 대폭 단축시킨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는 동시에 심판사건이 대폭 늘어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도 권리의식이 높아져 매년 20%가량 심판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하루 빨리 심판조직을 보강하여 심각한 상태를 막아야 한다.

한국은 1998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전문법원인 특허법원을 설치했다. 특허법원은 과학기술계의 염원이었고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이 특허법원이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취소 소송만을 관할로 하고 있고, 특허침해 소송은 여전히 민사지법-고등법원-대법원으로 가는 심급구조를 갖고 있다. 전문법원인 특허법원이 설치돼 있는데도 정작 특허침해 소송이 일반고등법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면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것은 이런 관할 구분이 발명자를 포함한 법률 소비자들의 이익과 의사와 상관없이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2002년 대선에서는 후보마다 특허법원의 역할을 찾아주겠다는 공약한 바 있지만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제 특허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는 지식재산권을 중시하여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추세다. 일본은 지적재산전략추진본부를 중심으로 특허소송에서 변리사와 변호사가 공동 대리하고, 특허소송 관할을 집중하도록 개선한 사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할 것은 무엇인가. 우수한 인적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 기술력을 키우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이 국가의 장래를 위한 길인가 생각해 보면 답은 간명하다.

고영회 행정개혁시민연합 과학기술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