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상승 … 한국도 희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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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1년 간 꾸준히 올라 온 미국의 금리가 일단 '휴식기'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가 크게 올랐고, 미국 금리가 국내 금리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 부담이 줄면서 한국 증시도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미국과 세계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와 증시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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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금리인상 멈출 가능성=리처드 피셔(사진) 미국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는 1일(현지시간) 경제전문 유선방송인 CNBC를 통해 "현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사이클은 (야구 경기의) 8이닝에 있으며, 이달 말에는 마지막회인 9이닝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FRB는 지난해 6월 말부터 한번에 0.25%포인트씩 지금까지 여덟번 계속 금리를 올려왔다. 피셔 총재의 발언은 FRB가 이달 말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려 3.25%로 만든 뒤 당분간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 4월 취임한 피셔 총재는 FRB의 금리정책 결정기구인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멤버다. 그의 발언에 힘입어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이날 0.78% 오른 1만548.76, 나스닥지수는 0.95% 상승한 2087.86을 기록했다. 피셔 총재는 "FRB는 물가를 억제하고 경제성장을 유지해야 하는 이중의 임무를 갖고 있다"면서 "금리는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성장을 위축시키지 않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월가 일각에서는 FOMC 신참 멤버인 그의 발언에 별로 무게를 두지 않는 이들도 있다.

◆ 국내 증시 영향은=미국 금리 인상이 실제로 멈추면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자금이 높은 금리를 따라 미국으로 유입될 요인이 줄기 때문이다. 대투증권 이애실 애널리스트는 "미국 금리 인상의 지속 여부는 주말에 나올 5월 고용동향 등을 더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금리 인상이 멈추면 한국과 미국 간 실질 금리 역전 폭이 다시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31일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의 국가별 비중 조정이 국내 증시에 큰 충격 없이 마무리된 상황과 맞물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수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2일 증시에서는 외국인이 1628억원의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4일째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미 금리 인상이 멈추면 미국으로의 국제 자금 이동 유인이 줄면서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꾸준히 주식을 사들여 온 국내 기관과 함께 장을 이끌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금리 인하가 긍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화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팀장은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는 것은 그만큼 경기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라며 "미국 경제가 활기를 잃을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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