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 김정용<서울대병원 소화기 내과>|담석증·담낭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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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3세의 뚱뚱한 여자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오른손으로는 우측상복부를 움켜쥔채 진땀을 흘리면서 진찰실을 넘어질듯이 들어섰다.
환자는 약10년전부터 소위 「속앓이」, 또는「가슴앓이」라고 일컫는 간헐적인 심한 상복부 동통이 2년에 한번정도로 있어왔으며, 그때마다 가까운 의원에서 진통제를 맞은후에 가라앉곤했다.약6개월 전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는데 그때는 우측어깨까지 동통이 뻗쳤다.
당시 인근병원에서 증상적인 치료를 받은후 담석증일 가능성이 있으니 정밀검사후 수술을 받을 것을 권유받았으나, 증상이 저절로 좋아지고 경제적인 형편도 여의치않아 더 이상의 검진과 치료를 받지않았다.
그후 환자는 때때로 약간의 식욕부진이나 구역질을 느끼기는 했으나 일상생활에 큰지장은 없었으며, 체중감소도 없었다. 그러다가 병원에 오기 2시간전에 갑자기 우측상복부에 말로 표현할수 없는 심한 동통이 나타나고 우측 어깨까지 뻗치기 시각했으며, 덜 아프게 하려고 이리저리 굴러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번에는 도저히 못참겠다고 생각하고 수술까지도 하겠다는 결심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진찰소견상 환자는 땀을 몹시흘리고 있었고, 눈에는 약간의 황달이 있었다. 복부에서는 우측상복부에 압통이 있었으며, 큰달걀모양의 담낭을 만지니 몹시 아프다는 것이었다.
환자는 곧 응급으로 초음파담낭촬영을 했던바, 담낭은 커져있었고 그안에는 크고 작은 담석이 약10개쯤 있는것이 확인됐다. 그러므로 이 환자는 담석에 의한 급성담낭염으로 확진되었으며, 여러번 반복되는 경우였으므로 아무런 이론없이 수술로 담석을 담낭과 함께 제거했다.
담낭염은 글자그대로 담낭(쓸개)에 염증이 생긴 경우인데, 이는 대부분이 담낭의 출입구가 담석에 의해 갑자기 막힘으로써 일어난다. 이러한 담낭염의 가장 중요한 증상은 선통이라고 불리는 심한 우측상복부 동통이 우측어깨로 뻗치는 것이다.
담석이 원인이된 급성담낭염은 담낭의 출입구를 막고있던 담석이 담도를 거쳐 십이지장으로 빠지면 저절로 좋아질수도 있으나 한번 담석이 담낭염을 일으키면 앞의 환자의 경우처럼 재발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담석이 들어있는 담낭을 떼어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치료방법이 된다.
이 환자의 경우는 여러번의 담낭염을 앓으면서도 합병증이 없이 매번 좋아지긴 했으나, 가끔 담낭에 고름이 잡히는 경우, 혹은 터져서 복막염을 일으켜 치명적이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확인되면 꼭 수술해 제거하는 것이 옳다. 담낭은 떼어내어도 음식물의 소화기능에는 큰 지장이 없다.
가끔 담낭을 빠져나온 담식이 담도를 막는수가 있는데 이때는 담도결석증이 유발되며, 담즙의 흐름이 막혀 세균에 의해 썩게 된다. 이런 경우를 담도염이라고하며 보통 40도의 고열이 오르락내리락하고 합병증으로 간농양을 일으키기도 한다.

<다음회부터는 소화기계 질병을 서울대병원 최규완박사의 집필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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