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학생의 교통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운전사나 보행자의 부주의와 교통규칙을 무시한 난폭운전등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도 수백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이로인한 사망자만해도 하루평균 16명에 이른다. 『교통사고의 천국』이란 오명은 그래서 얻어진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교통사고는 앞으로도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것 같진 않다.
밝고 명항한 사회생활은 온국민이 원하는 바다. 따라서 모든 사회인들에게는 공동생활의 윤리와 질서에 대한 뚜렷한 의식과 실천이 요구되는 것이다.
질서지키기 운동이 기회있을 때마다 벌어지고 질서를 지켜야만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가질수있다는 말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이런 종류의 캠페인은 한마디로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 하나의 예로서 최근 서울시내 변두리의 버스정류장에서 일어난 한 중학생의 참사를 들수있다.
모중학교의 1년생인 지용석군은 하교길에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중 사고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서자 50여명의 학생들이 서로 먼저 타려고 밀치는 바람에 버스 오른쪽 뒷바퀴에 치여 숨졌다.
보기에 따라서 이런 일이란 흔한 교통사고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이 시간에서 모든 사회인, 특히 학생들과 교사나 학부모들이 느껴야할 점은 한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이 사건은 학생들끼리 서로 밀치면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교통도덕·질서지키기는 각급학교 교과과정에서일차적으로 가르치고 있지만 아직도 그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된다.
중·고등학생쯤 되면 버스가 도착하면 줄을 서서 차례차례 승차하는 것이 상식이라는 것쯤은 다알고 있을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의 경우 학생들은 「줄서기」란 기본적인 양식을 잊은채서로 먼저 타려고 밀치다 한 어린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서로 밀치고 밀린 학생들이 이런 불행한 결과를 예측했을 리는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버스를 타려던 모든 학생들은 지군의 죽음에 어느만큼의 책임은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은 지식이나 기능을 익히고 주입시키는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올바른 삶의 방법을 가르치는데 있다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의 학교교육이 줄서기의 습관조차 제대로 몸에 배지못한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고 충격을 받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불행한 사건이 일어난 궁극적인 원인이나 책임은 학교당국만이 아니라 사회전체에 돌아갈수밖에 없다.
교통사고가 하도 흔하고 갈수록 대형화하는 추세라고해서 지군의 교통사고를 가벼이 보아넘길 일일까.
우리는 연전 부산의 어느 국민학교에서 조회에 참석하려고 3층교실에서 내려오던 학생들이 앞을 다투다 그중 몇몇이 압사한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나마 「행동질서」와「환경질서」의 생활화가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렇지않아도 우리는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두개의 국제적인 행사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우수한 자질과 함께 우리국민의 질서의식을 세계만방에 떨칠 기회이기도한 것이다.
지금의 중·고생들이 그때엔 모두 성인이된다. 민주시민이되는 절대조건은 휴지안버리기·내집앞쓸기등을 자발적으로 하고 법과 질서를 지키도록 체질화하는 일이다.
두세 사람만 모이면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줄서기를 하는 선진국민들의 생활습성을 학교 교육에서부터 몸에 배도록 학교와 사회가 협력해서 노력하길 당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