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17일 퇴원 … 1년 반 만에 상도동 복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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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호 01면

폐렴과 합병증으로 서울대병원에 1년6개월 넘게 입원해 온 김영삼(YS·87·그림) 전 대통령이 17일께 퇴원할 예정이라고 아들인 김현철 한양대 특임교수가 11일 밝혔다.

건강 회복, 대화 가능하고 정치 현안에도 관심 표명 #YS, 83년 단식 뒤 입원한 병실서 치료 … 상도동집 계단 없애고 리프트 설치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4월 5일 폐렴 증세로 입원한 김 전 대통령은 음식 흡입이 어려운 연하장애와 뇌졸중 초기 증세 등의 합병증으로 한때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지난해 11월엔 혼수상태 직전까지 가는 등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약 투여 등 집중 치료에 힘입어 지난 2~3월께부터 호전되기 시작해 지난달 중순 병원 측으로부터 “퇴원해도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김 전 대통령은 폐렴 증상이 완치됐고, 연하장애와 뇌졸중 증상도 크게 회복돼 통원 치료로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며 “지난달 중순 병원 측과 협의해 퇴원을 결정했으며 17일께 병실을 떠나 상도동 사저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퇴원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문병 온 인사들이 말을 걸면 ‘예, 아니오’로만 대답할 만큼 힘겨워했던 김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말~9월 초부터는 정상적인 대화 능력을 회복해 가족들과 농담도 할 정도”라고 공개했다. 이어 “최근 미국을 다녀온 뒤 귀국 인사를 했더니 ‘미국 있는 동안 내 걱정은 안 되던가’라고 웃으며 묻는가 하면 ‘퇴원에 대비해 상도동 집 수리를 마쳤다’고 하자 ‘집 수리만 하고 내 수리는 안 하나’고 농담할 만큼 회복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또 “김 전 대통령은 입에 음식을 넣으면 가래가 나오는 연하장애(삼킴장애)로 인해 코에 연결된 호스로 유동식을 먹어야 했으나 지금은 호스를 떼고 입으로 식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의 의식이 정상으로 돌아옴에 따라 한 달 전부터 비서진이 매일 정치 현안을 보고하고 있으며, 김 전 대통령은 이를 경청하며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퇴원한 뒤 안정을 찾으면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정치 현안에 대해) 언급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 등 지도부 5명 중 4명(1명은 여성 몫으로 당선된 김을동 최고위원)이 김 전 대통령 문하에서 정치인으로 성장한 상도동계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 친이계 리더인 이재오 의원 등도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공천으로 정계에 입문한 YS계다.

김영삼 정부 시절 민정수석·내무부 차관 등을 지낸 김무성 대표는 지난 8월 20일 관훈클럽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이) 큰 업적을 많이 남겼지만 여론조사에서 가장 저평가된 대통령으로 나와 안타깝다. 언젠가는 역사가 제대로 평가할 것”이라며 “7·14 전당대회에서 당선되고 일주일쯤 뒤에 병실을 찾아가 누워 있는 김 전 대통령에게 큰절로 인사 드렸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퇴원을 앞두고 상도동 사저에선 입구의 계단을 없애고 휠체어용 승강기(리프트)와 레일(난간)을 설치해 실내 통행과 재활치료에 지장이 없도록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김 교수는 전했다.

376.9㎡(114평) 규모인 사저는 김 전 대통령이 69년부터 45년간 살아온 곳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 김종필 전 총리의 청구동 사저와 함께 ‘3김 정치’를 상징해온 현장이다. 김 전 대통령은 2011년 재산 50억원의 사회 환원을 약속하면서 사저를 김영삼민주센터에 기부했다.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한 서울대병원 본관 12층 VIP 병실은 그가 83년 민주화를 요구하며 23일간 단식한 뒤 전두환 정권에 의해 강제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던 곳이다. 김 전 대통령도 문병 온 인사들에게 “이 방이 내가 단식하다 실려온 바로 그 방이라고 한다. 나와 인연이 깊은 방”이라 얘기하곤 한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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