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군경기습 노조간부들 날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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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바르샤바13일UPI·AP=연합】밤새 재즈음악만을 틀어대던 바르샤바방송은 13일새벽 6시(한국시간 13일하오2시, 이하 현지시간)부터 약25분동안 계엄령선포에 관한 폴란드공산당제1서기겸수상「보이체흐·야루젤스키」의 연설을 방송했다.
지난 18개월동안 정부와 팽팽히 맞서온 자유노조에 철퇴가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자유노조에 대해 실질적으로 철퇴가 가해지기 시작한것은 이보다 7~8시간전인 12일밤이었으며, 폴란드 각지역의 군대와경찰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것은 이날 초저녁때였다.

<12일자정쯤 점령>
○…약50명의 무장경찰을 실은 11대의 트럭이 자유노조바르샤바지부가 있는 눈덮인 모코트프스카가를 봉쇄, 한때 학교로 쓰였던 6층짜리 노조지부 건물을 점령하는 한편 이지역 자유노조지도자들의 체포에 나선것은 12일자정쯤, 자정을 전후해서까지 그다니스크의 그다니스크호텔에서 이틀째 회의를 열고 있던 1백7인 자유노조 전국조정위원회 위원들중 일부가 체포된것은 이보다 약간늦은 13일 새벽 1~2시 사이였다.
철모에 전투복 차림으로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은 바르샤바지부 건물을 점령, 서류뭉치를 어디론가 옮겨갔으며 90분후 잠시 철수했다가「야루젤스키」의 계엄령선포방송과 거의 때맞추어 지부건물을재점령했다.
한경찰은 상관으로부터『기자들과는 이에관해 아무 이야기도 하지말라』는 함구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바르샤바지역 자유노조지도자에 대한 이날의 일제검거에서 자유노조의 섭외부장겸 바르샤바지부 최고책임자인「크르지츠토프·스리빈스키」도 그의 아파트에서 체포됐다고 가족들이 밝혔다.

<일부 대표자 잡혀>
○…한편 그다니스크호텔에서 심야회의를 열고 있던 전국조정위원회 대표들은 13일 1시가 조금넘어 경찰의 습격을 받고 일부대표들이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대다수의 대표들, 특히 복무 실레지아지방 대표들은 즉각 철도역으로 내달았으나 그들이 중간에 체포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의 습격은 받자 자유노조 대표들은 자신들이 묵고 있는 그다니스크의 노보텔 헤벨리우츠 모노폴 그리고 소포트의 그랜드호텔로 각각 빠져나갔다.
그다니스크에서는 새벽 1시가 가까와지면서 텔렉스와 전화교신이 두절되고 모든 호텔과 노조본부가 포위되는가 하면 요소요소의 교통이 차단됐는데 자유노조 전국조정위원회 대표들이 어떻게 이 포위망을벗어났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소제탱크 지나가>
○…앞서 12일 초저녁 지방노조 관계자들은 폴란드전역에서 중무장을한 군대와 경찰병력이 바르샤바와 그다니스크를 향해 이동하고 있으며, 소련제 탱크도 고속도로상을 오가고 있다는것을 그다니스크의 자유노조 본부에 텔렉스를 통해 보고 했으나 노조지도자들은 즉각 어떤 작전이 실시될 것으로 믿지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레츠노·올츠틴·포즈나니의 자유노조지부에서는 고속도로상의 탱크대열이동사항을 노조본부에 자세히 보고했다.
○…경찰이 바르샤바지부점령 3시간전인 밤9시께 모든 통신이 두절됐다.
국내의 텔렉스및 전화교신은 물론 국제통신까지두절되는 바람에 서방통신사들의 가사송고도 막혔으나 13일상오 회복됐다.
UPI통신은 이날 상오 AFP통신 빈지국을 통해 바르샤바와교신할수있었다.

<새벽에 계엄방송>
○…이러한 극적인 상황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르샤바 TV방송은 자정쯤 자유노조 전국조정위원회 회의소식만을 전한후 정규방송을 중단했고 국영라디오방송은 밤새껏 재즈음악만을 방송하다가 새벽6시가 돼서야 「야루젤스키」의 계엄령선포에 즈음한연설을25분간 방송했다.
폴란드공산당본부에는 새벽5시까지도 불이 환히 켜져있어 계엄령선포와 관련된 회의가 철야로 계속되었음을 알수 있었다.
○…계엄령이 선포된 13일 바르샤바 거리는 군인들이 주요도로를 순찰하고 적어도 1R의 간선도로가 차단돼 있으나 비교적 평온한 상태를 보이고있다.
그러나 한 중년부인은 자유노조원인 아들이 밤중에 집에서 체포됐다면서 한 경찰관의 발치에다 침을 내뱉었다.
그런가 하면 바르샤바주변에는 새로운 포스터가 등장, 눈길을 끌었다.
그중 하나는 폴란드의 반공·반체제단체인 독립폴란드연맹의 폴란드의 머리글자인 KPN을 똑같은 두문자로 나타낼수있는 『폴란드독립의 종은』의 뜻으로 풀이한 포스터였다.

<국제여론에 “양해요청”|야루젤스키, 계엄선포뒤 연설>
○…폴란드 공산당 제1서기겸 수상「야루젤스키」는 13일 계엄령선포를 발표하면서 한사람의 군인으로서, 그리고 폴란드 수상으로서 국민들에 대한 호소와 함께 국제여론의 양해를 요청했다.
해외관측통들은「야루젤스키」가 이날 방송된 극적인 연설에서 공산당제1서기라는 직함의 사용을 극도로 자제한점을 지적하고 그의 연설은 폴란드인들의 애국심과 군인에 대한 존경심을 유발하기 위한 내용으로 돼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제여론과 폴란드의 비사회주의동반자들에게 계엄령선포의 뒤에 있는 이유를 이해해달라고 촉구하고 계엄령선포는 특수한상황에 의해 야기된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루젤스키」는 폴란드와 대소동맹이 폴란드국가이익의 초석이라고 말했으나 폴란드는 4천만가깡ㄴ인구를 가진 국가로서 위성국이라는 수치스러운 상태를 용납할수 없다고 덧붙였다.

<앵커맨 군복착용>
○…폴란드의 TV앵커맨들은 12일의 국가비상사태선포에 이어 그들의 일터로 징집되었다는 표시로 12일 군복을 입고있다.
방송은 특별스튜디오에서 나가고 있으며 송신기는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고 폴란드에 있는 소식통들이 전했다.
TV방송은 12일「보이체흐·야루젤스키」수상의 비상사태선포연설로 시작됐다.<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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