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간질환|감암(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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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56세의 회사 중역이 약 보름 전부터 느끼기 시작한 우측상복부 통증을 호소하면서 진찰실로 찾아왔다.
환자는 약 10년전 무기력과 피로감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간기능검사와 진찰소견에서 만성간염이 있다고 판단을 받았었다.
그 후 약6개월간의 안정과 투약으로 현저한 증상의 호전이 있었으며 그 후 약1년전 까지는 아무런 불편없이 일상생활을 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약6개월 전부터는 쉽게 피로하고 무기력해져서 다시 병원을 찾아서 만성간염이 악화되었다는 말을 들었고 그 후 계속 적절한 안정과 투약을 계속했으나 증상의 호전이 없을 뿐 아니라 약2주일 전부터는 헛배가 부르고 우측상복부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동통을 느끼게 되었는데, 이 동통은 특히 밤에 심하며 가끔 잠을 설치곤 하였다고 한다.
또한 1주일 전부터는 37도5분 정도의 미열이 나면서 온몸이 쑤시고 추위를 느낄 때도 있었다고 했다.
진찰상에는 황달은 없었으나 앞가슴 윗부분에 거미줄모양의 혈관이 확장된 반점을 여러개 확인할 수 있었으며 복부에서는 우측 갈빗대 밑으로 간이 3손가락 넓이정도 만져졌는데 표면은 자갈밭처럼 울퉁불퉁하고 단단하였고, 만질 때 약간의 통증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복수는 없었고, 비장도 만져지지 않았다.
10년 이상 간질환을 앓던 환자여서 간이 돌덩이 같이 울퉁불퉁하게 만져졌으므로 곧 간암이 의심되었으며, 입원하여 행한 검사에서 B형바이러스 표면항원이 검출되었고 간암의 진단에 필수적인 알파-피트-단백질도 양성으로 검출되어 원발성간암으로 확인되었으며, 동위원소를 이용한 간주사사진상 간의 오른쪽 전엽하단에 국한된 직경 약5cm의 구멍(간암) 이 나타났다.
그러므로 이 환자는 간의 우측전엽을 간암덩어리와 함께 절제하는 효과적인 수술요법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뱃속을 직접 들여다보는 검사인 복강경 검사를 시행하였던 바, 간암은 역시 우측하단에만 국한되어 있었고, 주위의 간 조직은 간경변증이 없이 경한 만성간염의 소견만을 나타내었다.
즉 효과적인 수술적 치료를 받기에 매우 적합한 환자로 판단되었으며, 그후 간의 혈관 조영술(촬영)을 시행한 후 수술하여 암 덩어리와 우측간의 일부를 성공적으로 절제할 수 있었다. 이 환자는 현재 수술 후 1년이 됐으나 아직 재발없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고있다.
간암은 간에 생기는 질환중 가장 치명적인 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의 가장 흔한 간암의 원인은 B형 간염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한 만성간염, 혹은 간경변증에 의한 것이다. 그러므로 간암환자는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의 증세에다가 간암덩어리에 의하여 간이 커지는 복합증상을 나타낸다. 즉 우측상복부 동통을 나타내거나 덩어리 자체가 크게 만져진다.
치료는 대부분 매우 절망적이나, 예로는 환자와 같이 간경변증이 동반되지 않고 한쪽간에만 암이 국한되어 있는 경우에는 수술적 요법으로 완치될 수 있는 행운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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