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兩金시대'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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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이끌고 있는 김정태(56).김승유(60)행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유능한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자리를 나란히 지켜왔다.

그런데 올 들어 사정이 급변하고 있다. 여건의 악화와 회사 내부 악재가 잇따르면서 두 사람 다 '장기집권'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조기 퇴진론'마저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그러나 많은 금융계 인사들은 "지금이야말로 특유의 결단과 추진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기대를 걸고 있다.

◇김정태 행장=2001년 11월 통합 국민은행장에 오른 金행장은 지난해 국민은행의 카드부문과 자회사인 국민카드의 손실로 순익이 급감하자 "나의 성적표는 '미'수준"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은행은 올 들어서도 카드부문의 부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5천억원을 국민카드에 증자해야 할 판이다. 이제는 더 이상 '네탓'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에는 SK글로벌에 4천6백87억원의 부실채권이 물렸다.

국민은행 주가는 지난해 5월 주당 6만6천원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25일에 3만1천50원으로 추락해 1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1분기 당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분의1로 쪼그라들었다.

◇김승유 행장=지난해 12월 초 서울은행과 합병을 성사시켜 3위 시중은행(자산 기준)으로 새 출발할 때만 해도 金행장의 앞날은 밝게만 보였다. 그러나 지난 3월 SK글로벌 사태가 터진 뒤 내부에서조차 金행장의 서울은행 인수를 놓고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나은행이 서울은행 몫(3천1백60억원)을 포함해 SK글로벌에 5천4백8억원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되자 "서울은행 인수 때 풋백옵션(사후 손실보장)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서울은행 인수대금을 주식으로 지급하되 주당 최저가격(주당 1만8천8백30원)을 보장한 것에 대해서도 "시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金행장에게 쏟아진다.

하나은행의 어려움은 올 1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1분기 순이익은 6백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가 감소했다. 1997년 이후 7년째 은행장으로 승승장구해 온 그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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