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국토개발 청사진 홍수] 부처마다 '따로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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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도시 개발과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입지 선택의 알맹이는 기업이다. 국내외 기업을 얼마나 많이 유치하고, 이들의 투자를 얼마나 많이 이끌어 내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장밋빛 개발계획만 남발할 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어떤 유인책을 마련할지에 대한 연구는 소홀한 편이다. 기업 유치 정책이 이처럼 난맥상을 보이는 것은 각 부처가 서로 다른 정책목표를 세워 놓고 제각기 투자유치 계획을 짜고 있기 때문이다.

◆ 도시 홍수 속 기업은 외면=청와대가 추진 중인 S프로젝트는 당장 문화관광부와 전남의 숙원 사업인 'J프로젝트'와 상충될 우려가 크다. J프로젝트 하나만 해도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데 무안을 중심으로 한 물류도시와 목포.해남을 연결하는 관광레저형 복합도시까지 건설하겠다니 재원 마련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여기에다 서남해안에는 광양 경제자유구역도 있다. 세 가지 초대형 외자유치 및 기업도시 프로젝트가 청와대.문화부.재정경제부에 의해 한꺼번에 따로따로 추진되는 셈이다.

기업도시에 대한 재계의 참여도 신통치 않다. 삼성(충남 탕정).현대(경기 화성).LG(경기 파주) 등은 수도권을 염두에 뒀지만 정부가 낙후 지역을 우선 개발하겠다며 수도권과 대도시는 후보지에서 제외해 버렸기 때문이다.

혁신도시는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비슷한 성격의 기관끼리 묶어 기업.연구소 등과 함께 지방으로 이전토록 해 해당 지역 발전의 중추가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몇 곳을 보고 지방도시로 이전할 기업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더욱이 이전 대상 공공기업은 벌써부터 정치논리에 의해 나눠먹기 식으로 정리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유재준 기업도시팀장은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가게 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규제의 완화나 개발이익의 보장 등 확실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규제는 그대로 두고 개발이익도 환수하겠다면 지방에 갈 기업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땜질식 된 외국인투자 유치=전남 대불산업단지에는 외국인 투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외국인 전용단지와 자유무역지역이 함께 들어서 있다. 남쪽으로 30여 분만 내려가면 광양 경제자유구역도 있다. 인천항 주변에도 자유무역지역.경제자유구역이 따로 지정돼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입지가 이처럼 우후죽순처럼 뒤섞인 것은 필요할 때마다 입지 제도를 짜깁기식으로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경기도와 충청도 등 지자체들도 자체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계 기업 3M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장수만 부산.진해자유구역청장은 "외국인 투자를 위한 각종 지역 지정제도가 복잡해 국내외 기업에 혼란을 주고 있다. 성격이 중복되는 곳은 통폐합해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교통정리 시급=기업 쪽에서는 외국기업과 국내기업 유치를 따로 추진할 게 아니라 연계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외국기업이 국내에 들어오려는 이유는 국내 관련 기업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 투자 유치지역엔 국내기업의 입주가 제한돼 외국기업도 투자를 꺼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자유구역과 기업도시를 연계해야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기업도시나 외국인 투자 입지에는 정부 규제를 우선적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은 토지 규제 하나를 풀려 해도 중앙정부는 물론 부산시와 경남의 허락을 각각 받아야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이란 타이틀에 맞게 상하이.싱가포르 등과 비슷한 수준의 세금 혜택을 주고 규제를 풀어줘야 다른 국제도시와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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