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재치…설득의 무기 「레이건」의 「유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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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레이건」미국대통령의소박한 위트와 재치넘치는 유머는 그의 제2의 천성이다. 「레이건」의 유머와 위트는 스트레스를 푸는 청량제일뿐만아니라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손쉬운 무기이기도 하다. 「레이건」대통령의 유머구사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열마디 장황한 설명보다도 한마디 유머가 폭소를 불러 일으켜 긴장감을 쫓아내고 상대방을 항복시킨다.
그가 유머를 어찌나 잘 구사하던지 일부에서는 일부러 유머공부를 하고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월30일 가슴에 총탄을 맞고 병원에 입원한 「레이건」대통령이 문병온 백악관참모와 각료들에게 『가게는 누가 지키지?』라고 했을 때, 그의 유머감각이 타고난 것임을 증명한 바있다.
「레이건」의 유머는 경박스럽지도 않고 억지가없어 서부사람들의 투박한 멋을 풍겨준다. 「레이건」은 유머를 쓸줄 아는 대통령이다.
말썽많은 B-1폭격기생산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레이건」은 새로운 방위용 항공기 제작결정을 내렸다. 그리고는 『그것(B-1폭격기)이 항공기인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나는 그것이 군용 비타민인줄 알았지』라고 시치미를 뗐다. 그렇게도 반대했던 쪽에서도 폭소를 터뜨렸고, 「레이건」은 B-1폭격기가 비타민만큼이나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을 인식시켰다.
「트뤼도」수상의 초청으로 캐나다를 방문한 「레이건」이 반미시위로 연설을 방해받자 『아마도 내가 집에 있는 것처럼 느끼라고 미국에서 데모대를 수입한 모양』이라고 웃겨 「트뤼도」수상의 난처한 입장을 감싸줬다. 「레이건」의 위트는 그의 오랜 할리우드 배우생활에서 갈고 닦여졌다.
그 솜씨는 요즘 대의회 로비활동이나 외국지도자를 만났을 때 또는 대국민연설을 할때 적절하게 구사된다. 대통령집무실을 방문한 상·하의윈들은 「레이건」이 문제토론에보다 농담하는데 더시간을 쓴다고 말하기도하지만 적절한 조크는 정치적문제해결에 큰 도움울 준다.
지난6월 「조지·부시」부통령의 57회 생일을 맞아 올해 70세의 「레이건」은 이렇게 축하했다.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에있다. 「조지」는 대단히 꾀발라서 한번도 그가 얼마나 젊다는것을 나에게 얘기하지 않는만말야-.』 「레이건」의 부인「낸시」여사도 입심이 대단하다. 때로 사치하다는 말도듣는 「낸시」여사는 어떤포스트카드에 『낸시여왕』이란 글귀가 씌어있는 걸보고 『나는 왕관따위는 쓴적이 없어요. 그걸 썼다가는 머리카락이 온통 엉망이 되거든요-』라고 받아 넘겼다.
「레이건」의 위트는 거의 자연발생적이고 어떤 사태를맞아 조금도 지체없이 튀어나오는 것이 매력이다. 최근 백악관에서 있었던 한 테이프커팅식전에 참석했던 「레이건」은 비서가 건네준 가위를 한번 쓱 휘두르고는 『오늘아침내내「에드윈·미즈」의 넥타이를 자르는 연습을 했었거든-』하면서 테이프를 가위질했다.
장내는 물론 폭소가 쏟아졌고-. 「에드윈·미즈」고문은 「레이건」에겐 만만한 부하로서 툭하면 그를 걸어 농담에 붙인다.
캠프데이비드 대통령별장에서 「레이건」은 그를 둘러싼 기자들에게 『내가 처음 캠프데이비드에 왔을 때, 「에드윈·미즈」는 내 속옷과 티셔츠에 온통 내이름을 박아 넣었었지-』라고 했다. 은연중에 「미즈」가 자기의 충복임을 과시한 것이다. 「레이건」은 총을 맞아 응급실로 옮겨져 수술을 기다리면서 집도의사와 간호원에게 『당신네들도 공화당원이었으면 좋겠소』라고 조크를 던졌다.
최근 백악관기자실을 개수, 다시 문을 열었다. 기자실 아래층은 원래 수영장이었다.
오픈 파티에참석한 「레이건」은 『그러나 기자실바닥이 밑으로 떨어져 수영장에 풍덩하지는 않을테니 걱정들은 말라고』하며 웃겼다.
「레이건」의 위트와 유머는 그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또 국민을 느긋하고 포근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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