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연114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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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그러니까 두번째 콜럼비아호 발사 우주중계가 있던날 저녁입니다.
11서30분 부터이었던가 시간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밤늦은 시간이었죠.
저는 신비스럽고도 장엄한 콜럼비아호의 발사광경을 지켜보려고 밤늦게까지 자지않고 기다리면서 TV도 보고, 이것저것 뒤적거리고 있었는데요.
자는줄만 알았던 아내가 벌떡 일어나서 잠옷바람으로 거실로 나오더니 다짜고짜로,
『당신같은 남자하고는 도저히 더이상 같이 살수가 없다』는거였습니다. 그러고는 『콜럼비아호의 발사광경 같은것이나 열을 올리며 구경하기에 바쁜 그런 인간』운운하면서 결혼한것을 후회하는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고 내뱉는게 아니겠읍니까?
금년 아내의 나이 35세, 제나이는 36세인데, 아이들에다 직장생활도 충실히 해온 나로서는 그런대로 성실한 남편이었다고 생각하고있읍니다.
그런데 최근들어서 아내는 제게 쌀쌀하게 구는때가 많고, 뭔가 알수 없는 푸념을 잘 늘어놓기도해서 약간 밉살스럽기도 했었거던요?
집안에는 자연히 싸늘한 공기가 감돌고, 저는 점점 아내가 더 미워지는걸 어떻게합니까?


【답】누군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부부란 같은 목표물을 나란히 보면서 사는 관계이지 마주 쳐다보면서 사는 관계는 아니라』는거였어요.
마주 쳐다보면서 밀착된 애정을 나누며 가장 이상적으로 살고 싶은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욕심이겠지만 그렇게하려면 여간 힘들지 않을테니까요.
부인이 왜 다짜고짜 못살겠다는 말을 했는지, 집안에는 왜 싸늘한 공기가 감돌게 되었는지, 그것은 어느 누구의 책임도 아닌, 남편과 부인공동의 책임이겠지요.
먼저 남편께서 남자다운 아량으로 무인을 다독거리고 너그럽게 감싸는듯한 애정어린 「한마디」나 애정어린 「표현」한가지만해보시는게어떨까요?
박현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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