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외무차관 한·미관계 발언 주제넘은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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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사무차관 (출처=조선일보)

청와대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최근 "미국이 한국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한 발언을 "묵과할 수 없다"며 26일 일본 정부에 응분의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교과서 왜곡으로 불편해진 양국 관계가 더욱 냉각되고 있다. 특히 다음달 말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청와대 일일 현안 점검회의 직후 "야치 차관의 발언은 사실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외교관례상 있을 수 없는 무례한 처사"라고 회의 결론을 전했다.

김 대변인은 "더구나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의 고위 외교관이 한.미 사이의 신뢰 문제 등을 얘기하는 것은 대단히 주제넘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한.일 관계를 위해서라도 일본 정부는 책임 있는 관료의 무책임한 언동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일단 일본 측 조치를 보고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도 이규형 대변인 명의의 공식 성명을 통해 "최고위 외교 실무책임자가 한.미 양국의 신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 관계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 관례상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이는 기존의 한.미.일 3국의 공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야치 차관의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재발 방지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후엔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招致.항의 등의 목적으로 외교사절을 불러들임)해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최훈.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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