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값 꾸준한 강세 … 주가에 짐 되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이른 시일 내에 경기가 좋아지긴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채권값이 꾸준히 오르고(금리 하락) 있다.

지난 2월 4.46%까지 치솟았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6일 3.62%를 기록했다. 콜금리(3.25%)와의 격차는 불과 0.37%포인트로 좁혀졌다. 2월초 5%대를 기록했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4.27%로 내렸다.

전문가들은 지난주 발표된 1분기 성장률이 2%대에 머문데다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경기가 크게 좋아지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당분간 콜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회복 기대와 콜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인해 금리가 급등했던 연초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셈이다.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은 "국내외 경제지표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채권 시장 흐름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인 경기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CSFB증권은 여전히 높은 가계 부채와 부진한 고용으로 인해 6개월 내에 뚜렷한 소비 회복이 나타나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3.5%로 낮췄고, 모건스탠리나 UBS증권도 4%대 성장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강문경 미래에셋 연구원은 "미국 채권 시장에서도 연방기금금리는 올랐지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3월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국내외 채권 시장의 강세는 국내 증시가 당분간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큰 폭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고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보인다. 국고채 3년물과 콜금리 간의 간격이 너무 좁혀져 있어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리가 더 내리면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시장에 개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공동락 교보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급반전할 가능성은 없지만 지난해와 달리 소비 회복의 신호들은 나타나고 있다"며 "섣불리 채권 투자에 나서는 것보다는 좀 더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