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민족문화 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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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어제 북한에 대해남북문화교류에관한 괄목할 제의를 했다.
그것은 첫째 고고학및 미술사분야에 대해 남북한을 포함한 중공·일본학자들과의 공동연구, 둘째 고대문물에 관한 남북한간의 자료교환및 유물의 상호교환전시와 공동연구, 그리고 세째 고대문물의 공동해외전시를 내용으로 하고있다. 이같은 정부의 제의는 일면 남북대화를 촉구해온 우리정부의 정치적목적이 없지않으나 그보다는 이문공장관이 밝힌바대로『문화적 교류를통해 민족적 동질성을 재확인하고 우리민족의 문화전통을 더욱 유지 발전시킨다』는 뜻이 두드러진다.
그런 만큼 이 제의는 전대통령의 「6·5제의」에 따른 실천적 남북교류의 방안이면서 동시에 1976년4월12일 남북조절위 서울측공동위원회가 제안한「남북한 고미술품 교환전시」의 진전돤 형식이라 할수가있다. 그러나 그 성격이야 어떻건 중요한것은 남북한이 우리 옛조상들이 남긴 값진 문화유산을 가지고 함께 보고, 함께 연구함으로써 6천만 민족이 하나의 겨레임을 다시 확인하는계기로 삼자는데 뜻이 있다.
고대사분야는 특히 이념과 체제의상리를 초월하여 순수한 고고학적·미술사적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고대화와 유물을 교환할수 있기 때문에다른 어떤 분야보다 남북교류가 용이한 분야이기도하다.
사실상 남북한은 광복후 수많은 새로운 발굴, 조사·연구를 통해서 과거 일제식민지시대에 형성되었던 제국반의적 유민사관의 호각을 탈피하는 노력에 전심하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학계의 노력은 각각 실물구조의 검토가 불가능한 상황에저 각기 좌절하고 있다.
현재 남한에선 신석기시대로부터 삼국시대에 이르는 많은 새로운 유적이 발굴됨으로써 한국사전반의 수정개편이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긴하다.
석장리·전곡리와 단양상시리등 구석기시대 유적은 물론 청동기시대·초기철기시대의 왕거지와 지석묘등이수없이 발굴조사되고 있다. 경주의 신라문화유적도 천마총과 98호고분등 고분은 물론 안압지와 조롱사지발굴로상상을 넘는 문화유물이 쏟아져나왔다. 공주 무령왕릉과 침산 미륵사지발굴로 백제문화의 진수가 백일하에공개되었으며 고구려문화의 유적도 비록 적기는 하지만 중원고구려비등의발굴로 새로운 이론의 전개가 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고고유물들을 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이상의 학문적 발전은 어렵고 신이론의 전개도보증되기 어려운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남한의 자료에 접하지 못하고있는 북한의 겅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민족이 북방에서 남진해 왔고선사와 역사초기에 걸친 외래문화의영향도 대부분 육로를 통해 같은 경로를 밟은것이 사실인만큼 북한지역의 문물과 만주지역의 문물을 접하여 학문연구의 발판을 삼아야 하는것은 부가결한 것이다.
더우기 북한은 광복후 구석기유적과고구려고분에서 많은 새자료를 발굴하고 있다. 구석기유적으로는 웅기 굴포리·추포리와 양원군흑우리, 간산군해상동등이 특히 알려져있으며 대동강유역에선 20만년전 인골이 발견돼「덕천인」이라고명명되기도했다.
고구려고분중에도 최근 고구려벽화고분의 편년을 밝힌 덕흥리고분과 동명왕릉, 정릉사지와 안악3호분등 일련의 발굴로 4세기및 5세기의 민족역사에 전혀 새로운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같은 많은 북한의 새자료들이 일부 일본을 통해 간접적으로 우리손에 들어오고 있기는하나 그것은 불완전하며 또 불충분한 것이다. 학문연구에는 실물자료의 접촉연구가 필수적이다. 그런만큼 북한당국이 양쪽학자들의 학문연구를 위해서뿐 아니라거례의 민족적긍지를 위해 고대문물교류에 협조한다면 이는 실로 민족통일의 대의에 철하는 것일뿐 아니라민족화합의 첫걸음이 돤다고할 것이다. 그것은 나아가 우리나라와 일본·중공이 포함될 동양문화의 공동연구장에서 남북이 민족적 지혜와 역량을 결집하여 선조의 영광을 더럽히지않을 좋은 기회로서 활용되리라고 볼수있다.
남북한 고대문물자료의 교류와 협동연구는 더나아가 고조선과 부여·발해의 판도였던 중국동북지역의 연구에서 보다 유리한 입장을 얻는 이점도 있다.
북한학자들도 안타까와하듯이 만주지역일대의 역사연구는 지금 중국사의 영역인「동북지방의 소수민족사」로 취급하려는 중공에의해 견제되고있는 실정임이 주지되고있다.
그점을 생각해서라도 남북한이 주체적 민족사관의 구호에 그치는 주장만이 아니라 진취척이고 개방적인시대정신에 좇아 기꺼이 협조한다면이는 커다란 민족적 수확이되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구구하게 전개할 것도 없이 민족과 민족문화는 정치와이념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선조이래의 우리문화를 함께 간직하며 함께 연구하여야 하는것은 후손인 우리의 의무요 보무인 것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이 역사적인 민족의 과업을 위해 남북이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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