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행 목표는 중생이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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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가야산 해인사 백련암에서 산승(산승)을 자처하며 집거하고 있는 이성철 불교 조계종 종정이 최근 『선문정로』라는 첫 저서를 통해 선(선)에 대한 명확한 기초와 지침을 밝혔다.
해인업림이 발행, 법공양(법공양·비매품)으로 불가에 돌려지고 있는 이 책은 지난 추석에 탈고한 것으로 책의 장정부터가 색다르다. 책 맨 마지막 페이지에 저자 퇴옹 성철이라는 호와 법명, 그리고 인쇄·발행처만 밝혔을 뿐 책 앞 뒤 표지에는 아무 표시도 없다.
이종정은 서언에서 『불가의 바른 법이 대대로 이어져 오나 세월이 오래되자 엉뚱한 소리가 가끔 나와 본래의 뜻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개탄하고 『자신도 올바른 중으로서 자비를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바른 법을 가르쳐온 선생들을 따라 바른길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붓을 든 뜻을 밝혔다.
성철종정은 불가를 어지럽히는 문제의 하나로 「돈오점수(돈오점수)」에 관한 이설(이설)을 들었다. 직역하면 「깨우치고 점차로 닦아간다」는 돈오점수는 바로 불교총림이 공인하는 선문의 지침이다.
그런데 이 뜻이 잘못 실천돼 「깨달았으면 곧 부처이니 닦음이 필요 없다」고 말하거나 「천천히 닦으면서 깨치겠다」는 등으로 오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철종정은 「돈오점수」를 「깨달았어도 계속 닦아야 하고 그 깨달음이 자신만이 아닌 다른 이들도 이르도록 이끌며 계속 수행해야한다」는 뜻으로 정의했다.
19장으로 돼있는 『선문정로』에서 성철종정은 선수행(선수행)의 궁극적인 목표를 「중생이익」이라고 들고있다.
성철종정은 한국 선가의 상징으로 추앙받아 종정이 된 이후에도 취임법회에 불참한 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오묘한 법어를 내려 화제가 됐었는데 책 서문 말미에 『허허, 구구한 잠꼬대가 어찌 이렇게 많은고-./한번 소리치고 말하였다./둥근 달 밝게 비친 맑은 물결에/뱃놀이 장단 맞춰 금잉어 춤을 춘다』고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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