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훈육 차원에서 뺨 때리는 건 아동학대 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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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 차원에서 뺨을 때리는 행위는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이승한)는 아동복지시설 원장 김모씨가 서울시 구로구청장 상대로 “아동을 학대했다는 이유로 내린 사업정지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서울시 영등포아동학대예방센터는 지난 1월 김씨가 운영하고 있던 아동복지시설을 세차례에 걸쳐 방문 조사했다. “해당 시설에서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신고가 들어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해당 조사에서 원장 김씨는 “일부 아동이 장난이 심하고 잘 싸우는 편인데 그 과정에서 어린 아이들이 다칠 수 있어서 엄격하게 훈육한다”며 “말을 듣지 않을 때 아이들이 잘못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뺨을 때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말썽 부릴 때 볼을 세게 때리거나 나무 숟가락으로 다리나 배를 때렸다”면서도 “‘엄마(원장)’가 잘해준다”고 말했다.

영등포아동학대예방센터는 2월 “원장이 훈육방법의 일환으로 아동의 뺨을 때린 사실을 인정 했으며 이는 신체학대로 판정된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서울시 구로구청에 통보했다. 구로구청은 “해당 시설에서 아동학대 행위를 해 아동복지법을 위반했다”며 6개월 영업정지처분과 보조금 72만원 반환명령을 함께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구로구청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씨의 행위가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올바른 행동을 지도하기 위한 목적이 주된 것이었던 점, 함께 근무했던 성생님과 아동들이 일관되게 김씨가 양육을 위해 노력했다고 진술하는 점, 의료진 또한 학대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점 등을 봤을 때 아동 학대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강도나 경위 등에 비춰 그것이 아동의 건강이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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