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무기 갖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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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미.중 3자회담에서 핵무기 보유와 함께 사용후 핵연료봉 재처리를 시인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25일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러나 북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회담에서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를 제시했다고 밝혔고, 정부 당국자도 회담이 "나름대로 진전된 요소도 있다"고 밝혀 회담 결과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음을 시사했다.

CNN방송은 미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북한 대표인 이근 외무성 부국장이 미 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에게 '우리는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시인한 뒤 '그에 관해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CNN은 또 "북한 대표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는 안보문서에 서명한다면 북한이 핵개발 계획 폐기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핵무기를 파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북한 대표가 "(핵무기를) '물리적으로 입증(physical demonstration)'할지, '이전(transfer)'할지는 미국에 달렸다"면서 "우리는 8천여개의 사용후 핵연료봉 재처리도 거의 마무리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조.미 쌍방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롭고 대범한 해결 방도를 내놓았다"고 밝히고, "그러나 미국은 아무런 새로운 방도도 내놓지 않고 구태의연하게 종전의 선(先) 핵포기 주장만을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서울에 도착한 켈리 차관보로부터 3자회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난 뒤 "만약에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여러 국제규범에 위배되는 것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를 침해하는 중요한 행위"라고 말했다.

북.미.중 3국은 이날 오전 리자오싱(李肇星)중국 외교부장과 북.미 양국 대표의 별도 면담에 이어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을 잠깐 함께 만난 것을 끝으로 후속 회담 일정에 대한 합의 없이 사흘간의 회담을 마쳤다.

워싱턴.베이징=김종혁.유광종 특파원, 서울=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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