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 이자율 위헌 결정] 현재 계류중인 民事 30만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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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4일 민사 재판에 졌는데도 빚을 갚지 않을 때 적용하는 지연 이자율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일선 법원이 혼란에 빠졌다.

금전 관련 소송을 판결할 때 일률적으로 연 25%라는 높은 지연 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이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결정이다. 일선 판사들은 이미 작성해 놓은 판결문을 고쳐야 하는 판이다.

대법원은 "각 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사건의 처리가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법이 바뀔 때까지 여유를 주는 헌법불합치 결정도 있는데, 바로 위헌 결정을 내려 법원 행정의 공백을 만들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대한변협 관계자도 "판결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25%의 지연 이자율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민사 소송 차질=전국에 계류 중인 30만건의 민사 재판이 이번 결정으로 영향을 받게 됐다. 일선 법원은 통상 민사의 법정이자율인 5% 또는 상법상 법정이자율인 6%를 지연 채무에 적용할지를 놓고 고민하게 됐다. 법정이자율이 적용된다면 돈을 적게 받게 될 채권자들이 반발할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공식 통계이기는 하지만, 현재 계류 중인 30만여건의 금전 관련 재판에서 지연 이자율이 아닌 민.상법상의 법정 이자율이 적용되면 채권자들은 모두 2조5천억원을 덜 받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민사법원의 한 판사는 "위헌 결정이 난 지연 이자율을 적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존과 달리 다른 법정 이자율을 적용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재판부는 새 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판결을 늦출 것 같다.

◆새 법 시행까지 대책 없어=소송촉진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지연 이자율을 법이 아닌 시행령에 위임한 현행 법과 달리, 이자율 상한(연 40%) 규정을 두고 있어 위헌 소지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신속하게 국회 처리가 된다 해도 5월 말에야 시행될 전망이다. 대법원도 일선 법원에 일정한 기준 지침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그때까지 혼란이 불가피하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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