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3자회담 표정] "이틀째 회담 열린 것만도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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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한 보안과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우려 속에서 베이징 북.미.중 3자회담이 이틀째 열렸다.

○…북한의 이근 외무성 부국장은 이날 오전 9시20분쯤 숙소인 북한 대사관을 빠져나와 회담장으로 향했다.

미국 제임스 켈리 차관보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이보다 앞서 미 대사관으로 들어가 대책을 논의한 뒤 회담장으로 출발했다. 켈리 차관보는 호텔 정문을 나선 후 승용차에 몸을 던졌고 질문하는 기자들을 향해서는 23일과 마찬가지로 할 말이 없다는 뜻에서 손만 좌우로 흔들었다.

○…각국 대표단 실무진이나 보도진 사이에 제2의 화제는 단연 사스다. 회담이 열리는 댜오위타이(釣魚臺) 주변에서는 사스 때문에 "회담이 예정보다 일찍 끝날 수도 있다"는 소문이 한때 번져 이를 확인하려는 취재진이 법석을 떨기도 했다.

또 미국 대표단은 한국과 일본 등 관련 국가의 외교관들에게 회담 내용을 설명해 주는 자리에서 "사스가 창궐한 중국에서 앞으로도 회담을 계속해야 하느냐"는 우스개를 던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켈리 차관보를 수행하는 현지 미 대사관 관계자들 일부는 두꺼운 마스크로 무장했다.

○…회담 밖에서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예정대로 회담이 속개되는 것으로 봐서는 일단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일단 시작이므로 각자의 입장을 개진하고 상대의 입장을 듣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어쨌든 뚜렷한 입장 차이가 있음에도 회담을 깨는 등의 돌출행위가 없다는 것은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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