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회담 결산] 北·美 서로 입장만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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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시작된 베이징(北京) 북.미.중 3자회담에서 북.미 양측은 북한의 핵 포기와 대북 체제보장 문제, 다자대화 확대 문제 등에서 큰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그동안 평행선을 그어온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담의 최대 쟁점은 3국이 다음 회담 개최 일정을 잡을지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외교 소식통은 "3국 대표는 회담에서 개진된 상대국 입장을 본국에 돌아가 보고한 뒤 외교 채널을 통해 차기 회담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이 의제를 놓고 절충을 벌이는 협상이 아니라 자국의 입장을 풀어놓는 예비적 회담의 성격이 짙은 점도 이런 관측을 낳게 한다.

실제 이근 외무성 부국장의 북한 내 입지로 미뤄보아 그가 미국과 합의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도 마찬가지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미 행정부 내 강.온파 간 조율이 없는 상태에서 그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지는 적다는 분석이다.

회담에선 미국의 "선(先) 핵 포기"와 북한의 "선 체제보장" 공방이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와 관련해 검증 가능한 영구 핵 폐기를 요구했다고 한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 논평에서 "이번 회담의 목적은 북한 핵의 완전한 제거"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에 맞서 미국의 체제보장이 이뤄지면 핵 문제와 관련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전언이다.

다만 북한은 그동안의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 주장을 거둬들이고 신축적인 태도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24일 나온 조선중앙통신이 3자회담과 관련한 논평에서 불가침조약 대신에 "핵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조건은 (북.미간) '적대 관계의 해소'"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선 미국이 다국간 체제보장을 모색하는 데 대해 맞불을 놓으려는 것과 북.미 국교정상화를 근본적 해결책으로 보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다자회담에 한국과 일본이 참가하는 문제도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일 양국의 조기 참가를 요구한 데 대해 북한이 부정적 태도를 보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자국과 수교를 하지 않은 나라가 미국이 포함된 다자회담에 참가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북.미간 이런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회담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번 회담을 중재한 중국이 버팀목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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