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IS 돈줄' 유전 공격 … IS는 프랑스인 참수로 반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IS 사령부 공습 전후 23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라카에 있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사령부 건물의 공습 전 후 모습. 미 중부 사령부가 공개한 동영상을 캡처했다. 미군 은 이틀간 시리아의 IS와 테러 조직 호라산 근거지 등을 220여 차례 공습했다. [라카 AP=뉴시스]

“어젯밤 공습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 국방부의 존 커비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대대적인 첫 공습이 마무리된 뒤 “공습은 성공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과 아랍 5개국의 22일 공습으로 ‘오바마 스타일’의 전쟁이 시작됐다. 지상군 투입에 반대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침에 맞춰 압도적 공군력과 정밀타격 무기로 공중에서 쏟아부어 지상의 현지 병력을 돕는 ‘군화 없는 첨단 화력전’이다.

 이날 공습은 규모·전략·연합 측면에서 8월 8일 이후 6주 넘게 진행됐던 이라크 내 IS 공습을 능가한다. 군 고위 관계자는 이라크에서 IS 타격에 썼던 화력을 하룻밤에 다 투하했다고 전했다. 첫 공습에서 47발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폭탄 등 160여 발이 시리아에 떨어졌다. 윌리엄 메이빌 미 합참 작전국장은 브리핑에서 목표 건물의 좌우까지 구분해 타격하는 미군 무기의 정밀도를 설명했다. F-22 랩터의 유도폭탄은 타격 목표인 IS 지휘부 건물의 오른쪽 면을 정확히 맞혔다. IS의 수도 라카의 금융센터 공격에선 건물 옥상에 설치됐던 각종 통신장비를 파괴하는 목적에 맞춰 토마호크 미사일이 옥상 위에서 터졌다.

 IS의 거점인 라카에 이어 돈줄인 유전지대에 미사일과 폭탄이 쏟아진 것은 기존 ‘몰아내기’에서 ‘고사시키기’로 공습 전략의 변화를 예고한다. 메이빌 국장은 “1차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 2차 전투기 의 시리아 북부 공습에 이어 3차에선 데이르에조르 일대를 공습했다”고 설명했다. 데이르에조르는 시리아 최대 유전지대로 IS가 원유 생산·판매에 나서며 자금줄로 삼았던 지역이다. 24일 공습은 이라크 접경 지대에 집중됐다. 현지인들은 IS의 제2 거점 도시인 아부카말에서 13차례 폭발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을 이틀째 공습해 IS의 무기 공급로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국은 23년 만에 처음으로 아랍국들과 공동 군사작전을 성사시키며 대테러전쟁의 명분도 어느 정도 확보했다. IS가 영토 내로 몰려올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바레인·요르단·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5개국이 직간접으로 공습에 참여했다.

 이처럼 공습의 내용과 모양새는 일변했지만 공습의 결과까지 바뀔지는 미지수다. 아랍국 내부와 시리아의 속사정부터 복잡하다. 당장 ‘시리아 딜레마’가 미국의 고민거리다. 전날 뉴욕타임스에 이어 워싱턴포스트도 “IS 공습의 최대 수혜자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아사드 정권을 위협했던 IS의 퇴각은 미국이 퇴진을 요구해온 알아사드 정권에 반사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또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는 알아사드 정권의 회생이 숙적인 이란에 힘을 더하며 이란·시리아·레바논의 ‘시아파 벨트’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다. 터키는 IS 타도 과정에서 쿠르드족에 정치적·군사적 지원이 이어지며 쿠르드 독립 열기로 확대될까 민감하다. 아랍 5개국과의 합동 공습을 놓고 메이빌 국장이 “공습의 대부분은 미군 전투기와 크루즈 미사일”이라고 실토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하늘 장악을 땅의 승리로 연결시키려면 지상전이 필수적인데 미군이 없는 ‘지상군 딜레마’가 여전하다. 실제 이라크에서 미군은 6주간 IS를 공습하며 IS의 바그다드 진군을 저지했지만 IS의 장악지역을 뺏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라크군은 IS 반군의 공격에 쩔쩔매는 형국이다.

 미군은 시리아에서 반군을 육성해 미 지상군 없이 IS를 물리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반군 5000명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훈련·무장시키는 계획에 대해 메이빌 국장은 “수년에 걸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IS를 수니파 토착민과 분리시키는 작전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불분명하다. 이라크 내 IS 공습이 큰 효과를 내지 못했던 데는 IS와 수니파 주민들이 연계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 일부 지역에선 정부군이 IS에게서 탈환한 지역을 경찰에 넘기자 다시 IS가 빼앗았다”며 “지역 수니파 지도자들이 IS와 함께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IS 죽음의 네트워크 해체할 것" 오바마, 유엔총회 연설서 강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은 죽음의 네트워크를 해체할 연합세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틀 전 단행한 이슬람국가(IS) 공습과 관련해 “이 같은 테러를 용납하는 신은 없다”며 “악의 세력과 어떤 타협도 없다”고 밝혔다.

 “우리는 전쟁과 평화, 혼란과 통합, 공포와 희망의 갈림길에 함께 섰다”고 현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한 뒤 “미국은 존경하고 건설적인 파트너와 함께 힘으로 IS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분파주의와 극단주의를 거부하는 임무는 우리 세대의 과제이며 중동인들의 과제”라며 IS 합류자들을 향해서는 “전장에서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고 경고했다.

 오바마는 “인간성의 미래는 우리를 종족과 인종, 종교로 나누려는 자들과 맞서는 단결에 달려 있다”며 “이미 전 세계 40여 개국이 동참의사를 밝혔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더 많은 국제사회가 우리의 이런 IS 격퇴 노력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IS가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을 넘나들며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어머니와 누이, 딸들이 성폭행을 당하고 무고한 어린이들이 총에 맞아 숨지고 있다”며 “무고한 사람(미국인과 영국인 인질)이 참수되는 끔찍한 동영상으로 세상이 충격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한편 IS에 동조하는 알제리 무장단체 ‘준드 알 칼리파’가 프랑스인 에르브 구르델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1일 오전 알제리 산간지역에서 납치된 55세의 산악 가이드 구르델의 참수 소식은 오바마 대통령의 유엔 연설 직후에 전해졌다.

 IS는 앞서 프랑스가 이라크 안에 있는 IS 근거지에 대한 공습을 24시간 안에 멈추지 않으면 구르델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IS는 지난달 20일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 지난 3일 스티븐 소트로프에 이어 14일 영국인 데이비드 헤인즈 등 지금까지 미국인 2명과 영국인 1명을 참수했다.

신경진 기자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