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회계검사' 違憲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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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회가 23일 감사원이 전담하고 있는 회계검사 기능을 일부 수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위헌 시비와 업무중복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의 헌법기관으로 회계검사와 직무감찰 기능을 담당한다고 헌법 제97조에 규정돼 있다. 때문에 헌법 개정 없이 회계검사 기능만을 분리해 국회에 넘긴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회에 회계검사 기능을 줄 경우 감사체계가 국회와 감사원으로 이원화돼 업무중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중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위헌 시비를 어떻게 피해가느냐다. 현재 국회가 검토 중인 방안은 국회법과 감사원법만을 개정해 운영해 보자는 것이다.

정진용(鄭鎭龍) 국회 입법차장은 "헌법이 감사원에 회계검사 기능을 부여하고 있지만, 국회도 결산심의권 및 국정감사와 국정조사권을 행사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회계검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또 국회가 회계검사 기능을 완전히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한다. 감사원도 종전과 같이 그 기능을 여전히 갖기 때문에 헌법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또 국회가 회계검사 때 필요하면 감사원으로부터 직원을 파견받아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세부내용 역시 위헌 시비를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회에 회계검사 기능을 부여하려면 차라리 개헌을 하는 게 낫다"며 "국회가 회계검사를 원할 때마다 감사원 직원을 무더기로 파견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현행 법 테두리에서 얼마든지 국회의 감사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감사원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최근 국회법에 신설된 감사청구제를 적극 활용하면 얼마든지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가 가질 수 있지 않으냐"며 "감사청구제를 만들어 놓고 국회가 올해까지 단 한 건의 감사도 청구한 게 없다"고 꼬집었다.

회계감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감사원의 또 다른 걱정이다. 감사 기능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결산감사 자료 일체를 제출받겠다'는 국회의 감사원법 개정 방향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감사원을 국회 하부기관으로 예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감사원은 이것이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박관용(朴寬用)국회의장의 합의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어서 강하게 반발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내부 불만은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수호.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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