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퇴치 위해 전문가 양성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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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 대학원생들 중 70% 이상이 현직 경찰관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학자로서 큰 보람입니다."

한성대 국제대학원 국제마약학과 조성권(45.趙成權)교수는'마약학'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대학에 세계 최초로 마약학과가 개설된 것은 2000년 9월. 趙교수는 학과 개설 때부터 겸임교수로 강의를 해오다 지난달 이 학과의 첫 정교수로 임용됐다.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마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문적인 연구와 함께 전문가 양성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도 마약 유통 과정의 중간 기점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마약에 대해 안심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죠. "

한국외국어대 서반아어과 출신인 趙교수가 마약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미국 뉴멕시코대에서 정치학 석사를 마치고 장래를 고민하던 1989년. 趙교수는 마약정책의 대가인 피터 럽샤교수의 특강을 듣고 '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94년 중남미 마약정책과 마약테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 국가정보원에서 선임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현재 趙교수는 전문 수사요원, 마약정책 전문가, 치료.재활전문가 등을 키워내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마약학과에는 趙교수 외에도 검찰.경찰.의료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강사를 맡고 있다.

올해는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마약과 현대사회'라는 교양과목을 개설했다. 강의는 수강신청 접수 1시간 만에 모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趙교수는 "얼마 전 젊은 여성들이 국제적인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돼 외국에서 처벌을 받는 등 마약조직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경각심이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며 "교양과목을 개설한 것은 마약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것과 함께 이런 사태를 예방하자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마약인구는 현재 인구 10만명당 20명 정도. 미국의 3백명에 비하면 적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趙교수의 주장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언제 초등학생이 마약을 하다 적발될지 모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선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마약정책의 수립이 시급합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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