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 얼굴 어린이 수술비 2억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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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아이들을 돕는 건 제가 아니라 손님들입니다. 저는 전달만 하는거죠."

자수성가한 식당 주인이 몇년째 선행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 논현동에서 일식집 '어도(漁島)'를 운영하고 있는 배정철(裵正哲.42)씨.

그는 최근 서울대병원을 찾아 "언청이 등 얼굴기형 어린이들의 수술비로 써달라"며 푼푼이 모은 돈을 건넸다. 벌써 5년째 해마다 거르지 않고 해오고 있는 일이다.

올해 裵씨가 전달한 돈은 6천5백만원. 첫해였던 1999년 전달한 돈이 3천만원이었으니 그 사이 1년치 기부금액이 두배를 넘어선 셈이다. 그가 지금까지 병원 측에 내놓은 기탁금은 1억9천여만원에 이른다.

裵씨가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단골 손님 중 소아성형외과 의사인 김석화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99년 金씨로부터 "얼굴기형아들은 수술을 하면 완쾌될 수 있는데도 돈이 없어 고통 속에 살아간다"는 얘기를 듣곤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손님 한 명당 1천원씩을 적립했고, 그렇게 모인 돈을 해마다 서울대병원 측에 갖다 전달한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손님 한 명당 적립금을 2천원으로 올렸다.

그가 특별히 어린이를 돕는 데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남 장성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裵씨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읜 탓에 온갖 고생을 했다.

그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92년 자신의 식당을 차릴 때까지 견뎌 낸 세월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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