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까」는 과연 불사신인가|5년끈 록히드사건 선언앞두고 「폭탄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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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나까」는 결국 쓰러지고 말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 다시한번 불사신처럼 살아 남을것인가.』
지금 일본에서는 5년간을 끌어온 록히드스캔들이 다시 국민의 시선을 모으고있다.
동시에 사건의 핵심이 되고있는 「다나까」(전중각영)전수상의 운명이 화제의 초점이 되고 있다.
76년에 터진 이 사건이 이 시점에서 새삼스럽게 주목을 끄는것은「다나까」전수상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에 이른데다가 사건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증언이 계속터지고 있기때문.
록히드사건에대한 재판은 오는 5일「오사노」(소좌야뢰야·64·국제흥업촌주)피고인에대한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으며 늦어도 내년1, 2월중에는 「다나까」 전수상에대한 판결이 내려질 예정으로있어 5년동안을 끈사건이 마지막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의 재판과정에서「다나까」전수상은 미록히드항공사로부터 5억엔을 받았다는 기소사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인. 최근에는 그의 복권세까지 나올정도였다.
그러나 지난달28일의 공판에서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에노모또」 (복본민부·55)전, 수상비서관의 부인이었던 「미에꼬」 (삼혜자·33)가「다나까」전수상의 5억엔 수수사실을 증언함으로써 「다나까」의 입장은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만약 앞으로의 공판과정에서 「다나까」측이 어떤 형태로든 지금의 불리한 형세를 뒤엎지 못한다면「다나까신화」는 종말을 고하게 될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교육이라고는 국민학교밖에 다니지 못했으면서도 수상(72년7월∼74년11월) 의 권좌에까지 올랐던 「다나까」전수상의 행적은 지금도 신화로 불린다.
그는 74년가을 이른바「다나까」금맥의 폭로로 수상자리에서 물러난지 불과 2년만에 다시 록히드사건에 휘말려 수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쇠고랑을 차는 불운을 겪었고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같으면 벌써 정치생명에 종말을 고했을 엄청난 시련을 두차례나 겪으면서도 그는 아직 일본정계의 최고 실력자로 건재하고 있다.
집권 자민당내에서 그가 거느리는「다나까」파는 1백5명의 의원을 포용하는 최대 파벌로 군림하고 있다.
「스즈끼」(검목선행) 수상은 「다나까」와「후꾸다」(복전규부)두 사람의 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는 지금도 당요직·각료등 당무와 내각의 안배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며「다나까」파 소속 각료수는 「스즈끼」수상파와 같은 수인 4명에 이른다.
그의 지지가 없다면「스즈끼」현정권은 하루도 지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처투성이인 「다나까」가 이처럼 막강한 실력자로 군림하고 있고 그 밑에 지지세력이 모여들고 있는 이유는 돈줄을 쥐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의 측근은 『정치인의 제1목표는 선거에서 당선되는것』이라면서 젊은 정치인들이 잇단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다나까」휘하에 몰려드는 것은 『그가 젊은 정치인들이 필요로하는 것을 돌봐주기때문』이라고 설명하고있다.
금맥사건으로 수상자리를 물러난 「다나까」의 자금동원실력은 금권정치가 판을 치는 일본경제에서도 단연 남의 추종을 불허하며 그는 금력을 배경으로 자기휘하의 정치인들을 대부처럼 돌봐주고 있다는 얘기다.
록히드 사건이 지지부진 5년이나 끌면서 사건의 합방이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자 최근 이곳저곳 공식석상에 얼굴을 내밀어 「복권」을 획책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있다.
그가 과연 수상, 혹은 자민당 보스로 롤백을 기도하고 있을지는 알길이 없지만 그의 측근에서는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있는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전제는 어디까지나 록히드사건에서 결백이 입증되는 것이다.
그것이 이번 「미에꼬」 증언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셈이다.
앞으로 「다나까」 측이 어떤 반격태세를 취할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일부에서는 5억엔현금수수사실을 시인하고 그대신 이를 어디까지나 정당한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는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다나까」 측이 이번의 타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쓰러진다면 일본정계에 휘몰아칠 태풍의 소용돌이는 측량키 어려울 것이다.
자민당내 제일의 파벌인「다나까」 군단이 해체위기를 맞는것은 물론 현「스즈끼」정권의 존립에도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다나까」파의 황태자로「니까이도·스스무」(이저당진) 자민당 총무회장이 있긴 하지만 「다나까」 없는「다나까」군단이 어느정도 단결력을 유지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다나까」파의 실력이나 영향력을 감안할때「미에꼬」의 증언한마디로 손을들지 않으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11월로 예상되는 자민당및 내각개편에서「다나까」파는 「니까이도」총무회장을 간사장으로 격상시킨다는 방침아래 「아베」(안배진태낭)를 미는 「후꾸다」파와 은밀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민당을 움직이는 간사장자리에 자파황태자를 옹립하려는 바닥에는 「다나까」전수상의 복권계획이 숨겨져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있다.
법정대결과 자민당내 실력강화라는 두가지 기수아래서「다나까」전수상이 또하나의 신화를 창조할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동경=신성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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