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선택과 집중'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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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생활용품업체인 LG생활건강이 사업구조를 확 뜯어고친다. 생산 품목 수를 10분의 1로 줄이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수출은 전면 중단한다.

또 올해 안에 대기업 중 처음으로 한약재 유통사업에 진출하고, 목욕용품 전문점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매출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수익 위주의 사업 골격을 갖추자는 전략이다.

차석용(52.사진) LG생활건강 사장은 지난 20일 기자와 만나 "향후 2~3년 동안 매출 정체는 빚어지겠지만 현재 9% 수준인 영업이익률을 15%대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이 같은 사업 구상을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이에 따라 현재 1만여 개에 달하는 제품 수를 연말까지 1000개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목욕탕.식당 등에서 쓰는 값싼 용품을 생산하지 않고 미국.중국.베트남를 빼곤 25개국과의 OEM 수출 거래는 중단키로 한 것이다. 대신 브랜드 가치가 있는 '럭키치약'을 기존의 저가형에서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다시 내놓기로 하는 등 고가제품의 비중을 현재의 30%에서 7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 전자기술 등과 접목한 신기술 미용.생활용품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차 사장은 "LG전자.화학 등 관계사와 연구개발(R&D)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마사지팩에 미세 전류를 흘려 미용액의 피부 흡수를 높이는 제품은 이미 LG전자와 공동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신규 사업도 강화한다. 올해 안에 한약과 미용 건강식품을 전문점 형태로 판매하는 사업에 나서는 한편 지난달 이마트 분당점에 1호점을 낸 '비욘드'의 매장을 연내 4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비욘드는 영국의 목욕용품업체인 '더보디숍'을 벤치마킹한 사업이다.

차 사장은 "생산효율을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것만이 회사의 살길"이라며 "생활용품 1위 업체란 지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월 차 사장이 취임한 뒤 LG생활건강의 1분기 매출(2618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떨어졌지만 영업이익(256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올랐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률이 1%대까지 떨어지는 등 고전했었다. 차 사장은 한국 P&G 사장과 해태제과 사장을 지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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