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도 간판 '업그레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 간판관련 조례가 제정되면 강남구에서는 지금처럼 제각각인 원색계열의 대형 간판(사진 위)은 금지되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차분한 색조의 이디어그램 간판(사진 아래)(조감도)으로 달아야 한다.

압구정 로데오거리, 청담 패션거리, 테헤란로 IT거리 등 서울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강남의 주요 거리 간판이 산뜻하게 정비된다. 종로.청계천 등 일부 구간의 '거리 미관 업그레이드 사업'에 이은 세 번째 간판 프로젝트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해 1000여 명의 시민과 업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강남 주요 거리의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하는 '옥외광고물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 다음달 중 조례로 제정해 시행키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구청이 간판의 규격과 색상 등 디자인 전반을 다룬 가이드라인을 직접 제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옥외물관리법'에 의해 간판의 크기와 개수 등을 제한해왔다.

강남구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대형화 일변도의 간판 크기를 축소하고▶광고물 수를 현재 3개에서 2개 이내로 제한하며▶한 건물 내 다양한 크기의 돌출광고물을 일정 규격으로 나란히 설치해 시각적으로 일목요연한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글자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외국인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문자그림(이디어그램.ideogram) 시안을 230개 마련, 이를 권장키로 했다.

이에 따라 상호, 업종, 전화번호 등이 혼재된 현재의 간판은 그림 문자와 이디어그램 위주로 간결하게 바뀐다. 또 시각적 주목도를 위해 주로 원색을 써오던 간판 색상도 은은한 파스텔톤으로 바뀔 전망이다.

구는 6월 말 정부의 옥외광고물관리법 시행령이 공포되는 대로 공청회를 거쳐 연내 압구정.로데오 거리에서 시범시행할 방침이다. 또 3년 내 논현 가구거리, 청담 패션거리, 테헤란로 IT거리, 도산대로 순으로 정비해 장기적으로 구내 6만3000여개의 간판을 모두 교체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강남구 박상목 광고물관리팀장은 "지금까지의 네온사인 간판이 고도성장을 상징했다면, 이번 가이드라인은 글로벌시대에 맞춘 것으로 시각적으로 절제된 이미지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15년째 영업중이라는 강남밝은안과 이무일(56) 원장도 "지금처럼 간판이 난립한 상태에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아볼 수 없어 오히려 광고효과가 떨어졌다"며 "간판이 깔끔하고 아름답게 바뀌면 더욱 많은 손님들이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원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