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여파.농산물 풍작으로 10월중 무가 0.5% 내려|기획원.한은발표 올들어 소비자 13.7, 도매 12.25 오른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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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쌀값을 비롯한 식료품 가격안정으로 10월중 물가는 소비자.도매 똑같이 0.5%가 떨어졌다. 31일 경제기획원과 한국은행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와 도매물가는 전달보다 0.5%씩 떨어져 올들어 각각 13.7%, 12.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구마.감자 35%, 과일류 15% 하락…피복비는 0.7% 올라>
물가하락의 주인은 식료품값으로 2.3%가 떨어졌고 공산품등 식료품이외의 상품들은 0.4%가 올랐다.
식료품중에서도 특히 쌀.과일.채소류등의 농산품값이 3.3%나 떨어져 전체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육류도 0.4%가 떨어졌으며 피복비는 0.7%가 올랐다.
이같은 이례적인 물가안정은 무엇보다 국제원자재 시세가 세계불경기 때문에 하락세를 보여왔고 원유값도 마찬가지로 오랜만의 보합세를 지속한데 크게 힘입고 있다. 특히 10월의 물가 하락은 주로 쌀의 풍작으로 쌀값이 한달 사이에 무려 5.2%나 떨어진데 기인된 것이다.
일반미 한가마에 6만4천원에서 6만원으로 내렸고 고구마.감자등은 35%가, 과일류는 15%나 폭락했다.

<농산물외 물가 계속올라|인플레부담 농가로 전가>
*해설-도시가계들에는 농산물 값이 내릴수록 반길 일이지만 농촌의 입장에서는 이미 곧 소득의 감소를 의미한다는 것이 문제다.
더구나 농산물이외의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는점을 감안할 때 인플레부담이 상대적으로 농촌 가계쪽으로 전가되고 있는 있는 셈이다.
특히 쌀값의 하락이 시기적으로 추곡수매가 결정에 직결 되었던만큼 농촌소득은 이중으로 압박당하고 있는 거이다.
하긴 정도가 좀 심했다 뿐이지 농산물값 하락이 전체물가를 끌어내린 것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70년대 들어 5차례 하락을 보였던 경우 모두가 농산물값 하락이 주인이었다.
공산품이야 한번 오르면 여간해서 내리는 법이 없지만 농산물의 경우 안팔린다고 해서 공급량을 마음대로 조절할수도 없기 때문에 풍년이 오히려 값의 폭락사태를 자주 몰고 오는 것이다.
더우기 우리나라처럼 농산물의 저장시설이나 유통구조가 발달치 못한 형편에서는 이같은 가격 기복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최근의 물가동향중에 또 하나의 문제는 수출물가가 계속 내림세에 있다는 것이다. 9월에 0.4%가 내린 수출물가는 10월들어 또다시 0.8%가 떨어졌다.
다행이 국제원자재값이 내림세에 있긴하지만 결국은 세계경기의 계속적인 침체에 따라 선진국의 수입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건축경기 침체에 따라 합판가격이, 중동수요의 감퇴로 타이어값이, 유럽시장에서의 덤핑으로 섬유류수출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것등이다.
어쨌든 연말에 추가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정부미.비료.석유값등을 감안하더라도 올해물가는 16~17%(도매)선에서 잡을수 있다고 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년초에 20%서도 힘겨울 것이라는 우려에 비기면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의 주요경쟁상대국인 대만의 경우 9월말 현재 2.7%밖에 오르지 않았고 일본의 2%, 미국의 6.1%를 감안할 때 아직도 우리는 고물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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