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민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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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각종민원과 청원저리는 입법활동과 함께 국회의 고유기능가운데 하나다. 최근 각정당이 다투다시피 민원 및 청원처리의 활성화방안을 강구하고 있는데에 이번에는 정내혁국회의장이 민원에대한 심의를 법률안못지않게 신중히 처리할 것을 당부하는 공한을 관계 의원들에게 보냈다.
청원이란 국민들의 실정과 애로점을 위정자에게 알려 생활권익의 구제를 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청원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혜법이 보장하고 있는 수익권의 하나이며, 반면 국회로서는 접수된 청원은 신중히 심사해서 처리해야할 일종의 의무조항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국회활동을 보면 각종청원처리가 소홀했던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제혜국회이래 지난5월까지 국회에 접수된 청원 3천2백여건 가운데 처리된 것은 58.8%이며 6대국회이후 접수된 진정 1만4천여건 가운데 64.9%가 처리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처리」라고 하지만 청원자나 진정인에게 어떤 해결책을 강구해주거나 손해를 보전해준 것이 아니고 단순히 번사를 거쳤다는 것을 의미할뿐이다. 더우기 국회가 적극적으로 처이방안을 제시한것은 모두해서 1백여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국정에 반영되었거나 구체조치를 취한것은 전체의 2%인 70여건에 지나지 않는다.
국회에 대한 청원은 국회활동이 활발할수록 늘게 마련이다. 6대국회까지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던 청원이 유신국회이후 현저하게 감소된 것만보아도 청원과 국회활동의 상관관계를 알수 있을 것이다.
11대국회가 개원된후 대국회청윈이 유신국회에 비해 무려 10배가까이 늘어나고 있는것만 갖고 국회활동이 능동적이고 활성화되고 있는 증좌로 보는것은 속단이겠지만, 새국회에 대한국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으로 풀이할수는 있을 것이다.
현재 국희에 접수된 청원은 의병의날제정, 국사교과서내용 시정에서부터 지역개발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며, 개중에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까다로운 문제들도 많다.
청원의 성의있는 처리는 국회의 권위와 권능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회의원과 선거구민간의 접촉·대화는 선거때가 아니라도 수시로 있어야한다. 유권자와 격의 없는 대화를나누고 청원을 성의있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민의의 소재를 알게될 것이며 이를 통해서 국회의 제일의적 기능인 입법활동의 내실화도 기할수있게 될 것이다.
지금 한창 벌어지고있는 청탁배격운동은 음성적이고 사적인 호소를 공적으로 양성화하자는데 뜻이 있는 것이지 국민들의 고정을 외면하자는 것은 아닌 것이다.
민원이나 청원가운데는 국회자체에서 처리해야할 일도 있지만 행정부의 소관으로 돌아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세득력이다. 명분이 뚜렷하고 아무런 사정이 개재되어있지 않는한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요구가 묵살되거나 소홀히 취급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프랑스나 서독등 유럽제국에서는 해당상위가 청원처리결과에 대해 정기적으로 매월 1회이상의 서면보고와 3개월마다 1회씩의 구두보고를 하고 있다. 그만큼 청원처리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청원의 처리과정이 이처럼 양성화되고 공개적인 것이되면 우리주변의 고질적인 음해·모등 못된 풍조도 차츰 발을 붙이기 어렵게될 것이다.
국회가 그동안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못한 중요한 원인가운데 하나는 국회고유의 업무를 충실히 하지않는데도 있다. 이른바 「새국회상」을 정립하려면 국회는 재기능을 충실히 해야만한다. 청원의 경우만해도 처리건삭가 많다고 좋은것은 아니다. 단 한가지안건을 다루더라도 밀도있게, 성의를 다해 처리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국회의 권위·권능을 회복하고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서도 국회의 민원처리기능이 한결 활생화·충실화되기를 당부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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