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세로 고전…유럽영화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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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TV의 그늘에 가려 침체일로를 걷고있는 유럽영화산업이 비디오카세트테이프, 유선 TV방송, 통신위성등 새로운 미디어의 끈질긴 도전과 미국영화의 물량공세, 불경기에 따른 영화관감소등 제2의 시련에 부닥쳐 큰위기를 맞고 있다.
「프랑스전국영화관연합」이 최근 발표한 「유럽영화및 오디오비주얼진흥책」이란 보고서는 유럽의 영화관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그나마의 영화관도 현재 미국영화에 의해 거의 지배되고있다고 밝히고 미국영화의 영화시장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적절한 대책이 시급히 요청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보고서에 따르면 구공시(EEC)의 4대국인 프랑스·영국·이탈리아·서독의 1년 영화관람객은 약7억4백만명으로 이중 47%를 미국영화가 흡수하고 있고 나머지를 유럽영화가 갈라갖고 있는 실정이다. 나라별로는 이탈리아영화가 24, 프랑스 16, 영국 8% 수준에 불과하다.
영국의 경우 영화관업자의 조직인 「랭크」산하에 지난 1950년만해도 5백96개의 영화관이 있었으나 현재는 94캐에 불과하며 역사상 영화관객수가 가장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70년의 관객이 1억9천9백만명이었던데 반해 지난해엔 l억명도 채 동원하지 못해 가장 심각한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TV천국을 이루고있는 이탈리아의 사정도 엉망이다.
공영TV방송(RAI)들이 1년평균 3백편의 영화를 방영하는것도 이탈리아영화업계로선 만만치않은 위협인데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만큼 많은 민영TV방송들이 하루에 3백편 이상의 영화를 방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지난 몇년간 이탈리아에선 영화관객이 60%나 줄어들었고 영화관수도 30%이상 감소했다.
지난77년 8천5백58개의 영화관이 있었으나 현재는 6천5백92개 뿐이다.
프랑스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여 4천5백개의 영화관에는 평균 1억7천3백만명의 관객을 유지하고 있어 그중 나은편이다.
특히 영국과 서독은 영화관수가 많이 줄어듦에따라 국산영화제작이 급격한 감소를 보이고 있는데 서독의 경우 지난해 57편의 영화를 제작. 전체상영 영화의 9.3%밖에 차지하지못했다. 같은해 미국영화는 서독영화시장의 50%를 점유했다.
영국도 80년에 50편의 영화를 제작, 자국영화시장의 14%점유에 그쳤으나 미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70%에 이르렀다.
같은해 이탈리아는 1백39편을 만들어 영화시장의 38%(미국영화 40%)를 차지했고, 프랑스는 1백80편을 제작해 프랑스영화시장의 48%를 점유했다. 미국의 프랑스영화시장 점유율은 30%였다.
유럽14개국 2만5천개영화관 경영자들이 회동했던 지난 주말의 「국제영화관 연합」 로마총회가 시종 미국영화위협에 대한 대응책마련에 부심했던것도 이같은 사정때문이다.[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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