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들 해임은 가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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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예금증서 절취사건을 따지는 심야 국회내무위는 경찰의 현실과 이상을 도마 위에 올려 경찰 36년의 영욕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자정을 넘기며 6시간20분 동안 계속된 국회내무위는 용의자에 대한 장기연행·가혹행위·프라이버시침해·사자에 대한 명예훼손등 여대생 피살사건과 윤노파 살해사건 수사과정에서 빚어진 수사경찰의 질상이 한꺼번에 터져 긴장감과 열기로 가득찼다.
○…심야 내무위회의에는 김종호내무위원장을 비롯, 내무위원 29명중 27명이 참석했으며 여야 관계없이 질의의 초점은 예금증서절취사건과 최근에 잇따른 강력사건 수사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인권문제에 집중됐다.
방청석엔 답변메모를 준비하는 경찰간부와 보도진들이 꽉 들어차 출입구를 여닫기 어려울 정도.
서정화 내무장관과 유흥수 치안본부장은 책임소재를 묻는 날카로운 질의가 터질 때마다 메모하던 손길을 멈추고 긴장한 표정이었으며 경찰의 현실을 시종 차분한 어조로 설명했다.
○…여야 의원들은 책임을 끈질기게 추궁하면서 도박봉과 낡은 장비, 격무에 고생하는 경찰의 현실을 동정, 이번 사건이 경찰체질개선의 전환점이 되도록 촉구했다.
특히 박관용의원은 70년대 소매치기 상납사건, 분실물 절취, 도박한돈 강탈, 소매치기수표 착복등 경찰의 아픈 상처를 들추었다.
그러나 법관출신인 유상호의원(민정)은 절도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용산서 수사과장과 형사계장·형사반장을 파면한 근거는 무엇이며 이들이 형사책임이 없는데도 상급자라는 이유로 파면 조치한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동정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현경대의원 (민정) 이『수사중이거나 재판계류사건을 다루는 것이 타당할지 모르겠다』며 이날회의의 타당성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자 김원기의원 (민한) 은『수사중인 사건이나 박양 사건은 비공개로 하지 않았느냐』며 유도식 발언은 부당하다고 속기록 삭제를 주장.
두 의원은 회의장 밖에서 절충을 벌인 끝에 현의원의 발언이 오해됐다며 회의에서 해명을 해 가까스로 수습.
○…방청석에는 정갑순치안본부 3부장을 비롯해 박영천 1부장, 안응모 2부장, 이해귀 4부장등 경찰수뇌부 전원과 경무·인사·정보등 참모, 박재식 시경국장등 시경간부 20여명이 의원질의에 대한 답변자료를 챙기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의원들의 질의가 열기를 더해 자정이 가까워 지자 김내무위원장은 관계자들과 협의, 내무위가 자정을 넘겨 이틀동안 계속된 선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12시 직전 일단 산회를 선포했다가 회의장시계가 12시를 넘어가자 다시 회의를 속개시켰다.
속개된지 50분이 지나자 김위원강은 『형사절도사건이 땅에 떨어진 경찰의 사기를 높이고 경찰의 명예를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방망이를 세번 두드려 긴박감돈 마라톤 회의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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