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질 요즘이 가장 좋다 저질탄 사건이후의 수급사정을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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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탄열량파동이후 품질이 많이 좋아졌다. 좋은 석탄만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석탄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좋은 연탄이 얼마나 갈지 의문이다. 벌써부터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들여오는 석탄 수송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12월말이나 내년1월초부터 물량이 모자라 연탄 파동이 일어나지 않을지 우려된다. 동력자원부에 따르면 1일부터 16일까지 서울에 반입된 민수용 석탄은 1일 평균 3백22량(수입석탄 41량 제외·화차 1량은 5t으로 지난8월의 평균 수송량 4백8량에 비해 무려 21%나 떨어졌다. 이 물량은 작년10월 같은 시기의 3백80량에 비해서도 61량이나 모자란 것이다.
지난 8월 석탄·연탄가격인상에 의한 가수요를 감안하더라도 기온이 내려가면 수송량은 증가해야 하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이는 석탄생산업자나 연탄제조업자들이 4천2백 킬로칼로리 이하의 저질석탄의 매매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서울시내 각 연탄공장의 연탄평균 열량은 작년보다 83킬로칼로리나 떨어진 4천1백18킬로칼로리(석탄협회자료)였으나 최근 검찰의 수사 후 기준열량인 4천6백 킬로칼로리에 육박한 4천5백30킬로칼로리까지 높아졌다.
업자들은 최저 허용열량(4천3백70킬로칼로리) 이상인 연탄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고발한다는 당국의 방침에 좇아 4천∼4천2백 킬로칼로리 이하의 저질석탄 구매를 완전히 기피하고있다.
4천4백65킬로칼로리 이상의 연탄을 만들려면 수입 탄을 최고 15% 섞는다하더라도 국내 탄 질은 4천3백 킬로칼로리 이상 되어야한다.
실제로 작년한해와 지난9월 초순까지 서울시내 연탄공장의 수입 탄 혼합비율은 7·5%에 지나지 앉았으나 정부의 탄 질 종합대책과 검찰의 열량수사가 시작된 후 수입 탄 혼합비율은 2배인 13·3∼16%까지 높아졌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에 연탄의 열량이 높아지는 것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수입 탄 혼합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휘발성이 많고 유황 등 독한 냄새와 그을음이 많이 생길 뿐 만 아니라 연탄을 화덕에 집어넣을 때나 타고난 후 꺼낼 때 쉽게 깨지는 경우가 많아 애를 먹는다.
서울시내 각 연탄공장에선 최저열량 보다 더 높여 기준열량에 가깝게 연탄을 제조하느라 이미 사다놓은 4천2백 킬로칼로리 이하의 저질연탄은 아예 안 쓰고 있다.
이들은 당국의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열량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저질 석탄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고질 탄과 중급품질(4천5백 킬로칼로리 이상)의 석탄을 생산하고 있는 전국 36개의 대규모 탄광지대에도 생산기피와 연탄업자들의 급격한 구매력 감퇴로 저질석탄이 계속 쌓이고 있다.
4천2백 킬로칼로리 이하의 저질석탄을 생산하고있는 1백60개 중소규모 탄광의 대부분은 석탄이 팔리지 않아 생산량이 줄어들어 광부들이 실직위기에 놓여있다.
동력자원부는 10월부터 내년3월까지 월동 기에 작년보다 8% 늘어난 1천1백44만t (수입 탄 2백34만t)의 석탄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와 같이 생산지와 소비지에서의 이상현상(?)이 계속 나타날 경우 수급에 큰 차질이 나타날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고질 탄뿐 아니라 중급품질의 석탄생산마저 한계에 도달한 우리 나라 실정에서 4천2백 킬로칼로리 이하의 석탄생산과 활용이 계속 기피될 경우 한창 성수기인 12월∼내년3월 사이의 연탄파동이 우려된다. <최철주 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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