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에서 민관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올림픽경기의 서울유치를 위해 애쓴 당국자 여러분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이 나라 체육중흥을 위해서 심혈을 바치던 나로서는 더욱 감개가 무량하다.
이번의 쾌거는 대한민국의 국력이 세계적으로 인식됨과 동시에 대북 우위에 있음을 실증한 것이다.
태평양전쟁 패전 후 일본국민들이 1964년의 동경올림픽을 준비하고 대회를 치른 과정에서 전체국민의 총화가 형성되었음을 목격했던 나로서는 (당시 체육회장 겸 동경올림픽 한국대표단 단장) 88년도 서울올림픽을 위하여 전체국민의 총화적 힘이 유감없이 발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도 7·4공동성명의 정신으로 서울올림픽경기에 참여할 것은 물론 세계공산국가들이 혼연히 참가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여 88년 올림픽을 개기로 민족의 우수성을 파시하고 평화적 통일의 기반이 구축되도록 모두 성의있는 노력을 해야할 줄 안다.
서울올림픽을 치르는데는 연차계획에 의하여 시절을 갖추어 나가되 화려한 것보다는 실용적으로 착실하게 이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동시에 주최국인 우리나라가 모든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과학적이고 조직적인 훈련이 진행돼야할 것이다.
스포츠의 과학화가 상당히 진전됐다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며 지도자와 선수가 인화속에서 지금부터라도 피나는 훈련을 강행해야할 것으로 기대를 건다.
이제 서울은 한국의 서울에서 세계의 서울로 도약할 계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올림픽경기에는 세계각국의 국민들이 경기를 참관하거나 주최국을 관광하기 위해 많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우리들은 88년의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우리국민들이 얼마나 정직하고 친절하며 부지런한 국민인가를 자랑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갖추어야 할 것 같다.
준비과정에 있어서나 대회운영에 있어서 우리국민 전체가 호흡을 같이 하면서 역사적으로 부끄럼없는 올림픽을 준비했고 또 치렀다고 자랑할 수 있어야한다.
80년대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격동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올림픽유치에 정치적 의미를 논해서는 안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분단국가인 우리가 올림픽유치에 성공한 것은 정치적으로 큰 승리라고 할 수 있다.
30일 밤 일본에서 TV중계를 지켜보았는데 일본의 보도진들이 나고야가 떨어지고 서울이 큰 표차로 승리한데 대해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았다. 최근의 한일관계도 있는 만큼 한국에 졌다는 것이 불쾌하게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한국이 그 동안 표시해온 평화에 대한 의지와 우정에 대한 갈망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인만큼 일본으로서도 박수를 보내야 될 줄 안다.
남은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우리에게 맡겨진 대회를 치르느냐 하는 것인만큼 이를 위해 온 국민이 성의와 노력, 그리고 지혜를 모으자.

<필자=전 대한체육회장·전 koc위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