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래는 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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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나라의 안정여부는 중산층의 충실도에 달려있다. 중산층의 비중이 크고 견실하면 일시적으로 한 사회가 교란되고 혹은 공백에 빠져도 그리 염려할 것은 못된다. 이것은 사회학자들의 정설이다.
국가의 정치적 안정성에 국한하지 않고 경제·사회적안정과 발전도 중산계층의 충실도에 좌우되는 것이 사실이다.
건실한 중산층은 한편으로 나라의 운명을 주도하고 상부계층이나 파워엘리트의 독주를 견제하며, 다른 한편으로 빈곤과 피해의 상징적 존재인 하부계층의 불만을 능가하는 중간집단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중산층은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선 특히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점에서 최근 중앙일보가 창간16주년을 기념해서 행한 전국생활의식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는 매우 의미가 있다.
우선 보이는 것을 상층·중층의 감소와 하부계층의 증가라는 현저한 양상이다.
이는 물론 실증적 평가이기보다 귀속감의 표현에 불과한 것이지만 77년, 78년, 79년의 조사결과와 비교할 때 상부계층은 16.3, 14.2, 12.6, 8.4%로 줄고 있으며 중산층도 52.6, 50.8, 50.7, 48.4%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하층은 31.7, 35, 36.7, 43.3%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물론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최근의 일본경제기획처 조사에서 나타난 일본인의 의식도 유사한데가 있다. 그들은 상층 5%, 중층 79.2% 하층 11.1%로 우리의 계층의식과 구조적차이는 있으나 전년도로부터의 변화추세는 우리와 같은 것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종래「중상」에 집중되었던 계층귀속의식이 올해 처음으로「중하」로 바뀌었다고 해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때 일본인은「총국민중류의식」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와 일본을 비교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우리의 중층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며 반면 하층은 비대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가계경제의 충실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보아 무리는 없다.
왜냐하면 이 조사에서 지금의 벌이로「빠듯한 생활을 한다」가 38.9%,「모자란다」가 36.7%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과제는 자연「중층」의 보호와「하층」의 상향육성이라는 것으로 당연히 귀착된다.
그점에선 정부당국의 인식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발표된 세제개혁안의 골자도 일부 그점을 목표로 했다.
정부의 방책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생활자세와 미래에 대한 조망이 건실하며 희망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점에서 이번 조사에 나타난 경향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앞으로 5년 뒤」살림살이가「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이 7.7%나 되며 21세기 한국에 대해「대단히 희망적」이라고 답한 사람이 52.4%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장래가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까지 치면 무려 94.5%나 된다.
이는 물론 한국인의 일반적인 낙관적 성격을 표현하는 점도 없진 않으나 좀더 확대해 보면 한국인의 개척의지와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밝은 미래전망이 혹 자신의 실력과 노력에 대한 신념이 아니고 우연의 결과이거나 환경의 덕분을 기대한 것이라면 그건 무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국민의 의식은 매우 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생활에서 운이나 인맥·학연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 노력(37.9%)과 능력(28.1%)이 좌우한다는 응답이다. 특히 젊은 대학생들은 단 1명도 재력·가문·인맥·운이 사회진출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지 않았다.
이로써 보면 우리국민의 의식은 현실적으로 결코 잘 산다고 생각하진 않고 있으나 우리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와 미래의 발전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분투·노력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것이야말로 분단의 현실 가운데서 거듭되는 사회적갈등과 분규를 극복하면서 그래도 꾸준히 전진하며 향상해왔던 민족의 저력이라 할만하다.
이런 의식을 바탕으로 해서 우리 사회의 중산층을 견실하게 확대해 나갈 때 우리의 미래는 한결 밝아질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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