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이적] 김병현 '투수들의 무덤'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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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펜스 길이는 106m(좌측폴)-119m(좌중간)-126m(센터)-114m(우중간)-107m(우측폴)로 결코 작은 구장이 아니지만 해발 1,650m의 고지대에 위치, 공기의 밀도가 낮은 탓에 타구의 비거리가 11% 증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즉 좌측으로 날린 100m 타구는 펜스 앞에서 잡히는 대신 111m를 날아가 홈런이 되는 것이다. 해수면 높이의 구장으로 변환할 경우 쿠어스필드는 95m-107m-114m-103m-96m의 아담한 규모의 구장이 된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변화구는 꺾이는 각이 무뎌지며 패스트볼은 구속이 빨라지는 대신 움직임이 줄어들어 타자들이 치기 좋은 공이 들어온다. 심지어는 외야수들이 장타에 대비, 수비 위치를 깊게 잡는 바람에 '바가지 안타'마저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 타자들이 타석에서 햇빛으로 인한 눈부심을 완벽하게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쿠어스필드의 악명을 더한다. 콜로라도 투수들은 홈에서는 물론 원정에서도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쿠어스필드에서 잃은 자신감이 원정경기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쿠어스필드에서 성공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대릴 카일(전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햄튼(애틀랜타)의 두 걸출한 투수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가 들것에 실려 내려왔다. 한때 콜로라도는 공의 비거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공을 경기전에 잠깐 냉동보관하는 '아이스볼'을 써보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콜로라도에서는 플라이볼 대신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땅볼피칭이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로 떴을 경우 그만큼 장타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김병현의 통산 땅볼-플라이볼 비율은 1.35로 평균보다는 약간 높은 편이다. 김병현은 쿠어스필드에서 통산 12경기에 출장 1승3패1세이브 방어율 6.50을 기록중이다. 하지만 2002년에는 3경기에서 방어율 제로, 2003년에는 1번의 선발등판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는 등 내셔널리그에서의 마지막 2년 동안은 선전했다. 김형준 기자 기사 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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