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구로공단 종업원들…|이사철 이변 세 오르고|기숙사 시설은 대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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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추석을 열흘 앞둔 서울 구로 공단이 전례 없이 썰렁하다. 자취방 값과 쌀값· 연 탄값 등 생활비가 껑충 뛰었는데도 임금은 제자리걸음이고 추석떡값도 지난해 수준이나 될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가 되살아난다고 하는데도 업주도 몽땅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이고 공장 종업원들을 위해 건립한 아파트도 자금난을 이유로 30%선만 매입, 공원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쓰임새 많고 주머니 사정 딱한 공단의 초가을은 추석귀향의 즐거움도 시들한 느낌이다.

<방 값>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자 월세가 50%나 껑충 뛰었다.
보증금 10만∼ 20만원에 2만5천∼3만원선의 월세가 3만5천∼4만원 선으로 1만원이나 올랐다.
공단주변 방 값 인상은 봄·가을철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이 같은 방 값 오름세는 공단종업원 7만8천 여명 (7윌 말 현재) 가운데 80%가 지방 출신인데다가 공단 안 생활관과 각 기업체 기숙사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2만4천 여명 이어서 나머지 4만 여명이 공단주변에 방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단 측은 공단 종업원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키 위해 공단과 도보로 30분 거리인 경기도광명시 독산동에 대한 주택공사가 신축한 아파트 5천 가구 중 임대아파트 2천 가구를 공단 입주 기업체들이 사들여 공원들에게 싼값에 빌려주도록 권장하고있으나 마감일인 지난달 31일까지 30%선인 6백 가구만 분양돼 주거 난은 여전히 풀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아파트는 10평행임. 5∼9명이 함께 살수 있도록 꾸몄다.
개인이 분양 받을 경우 1차 계약금 13만원, 입주 때 1백 만원을 내고 입주 후 매달 2만5천원을 내면 돼 목돈만 있으면 공단근처 월세 방보다 비교적 싼값에 살수 있다.

<생활비>
서울 가리봉동 방의. 공단 네거리에서 주택가 골목길을 접어들면 길 양옆에 3∼4층 높이의 슬래브집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닭장」또는「벌통」으로 불리는 1∼2평 크기의 작은방들이 1백개 이상씩 들어차 있는 미니 아파트. 이곳에 최고 2백명 이상의 공원들이 집단 거주한다.
이곳 방 값은 공원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매년 봄·가을이면 정기적으로 오른다.
9월 들어 1만원이나 올랐는데도 주거환경은 엉망이다.
2명의 친구와 함께 생활하는 이순남양(19·양지실업근무)의 자취방. 석유 곤로·찬장 등 기본적인 부엌살림들이 깔끔하게 정돈된 부엌을 지나 방문을 열자 구수한 오징어 튀김을 앞에 놓고 재잘거리던 3명의 여공들이 부끄러운 듯 볼을 붉힌다. 이들은 낮엔 일하고 밤엔 제일 고등 공민학교야간부에 다닌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이들의 봉급은 평균 6만원선.
각각 3만원씩을 내, 공동생활비로 쓴다. 총 생활비 9만원중 방세가 3만5천원으로 가장 큰 몫이다.
나머지 5만5천원으로 쌀값· 연 탄값· 부식비· 전기· 수도료·목욕·화장품비등을 어렵게 충당한다.
생활비를 내고 남는 3만원으로 1기분 2만7천5백원의 수업료를 내고 잡비 등을 쓰고 나면 언제나 가계부는 적자 투성이다.
때문에『회사가 봉급 인상은 못해 주더라도 사원들이 값싼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기숙사 시절만이라도 갖추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들의 작은 소망이다.

<김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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