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씨의 시|『두 풍경의 두 가지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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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 달의 시중에는 오규원씨의 『두 풍경의 두 가지 이야기』(한국문학) , 김형영씨의 『떠도는 말들은』(한국문학), 송수권씨의『정읍사』(문학 사상), 이유경씨의 『마른 풀』(심상) 등이 평론가들에 의해 수준 작으로 지적됐다.
오규원씨의 『두 풍경의 두 가지 이야기』는 사고의 경직성 빚는 현실의 왜곡을 그리고 있다.
관점→ 이념→ 철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의 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일단 받아들인 것을 고치지 않으려는 데서 현실의 비극을 잉태한다.「창문에게는 창문끼리 서로/풍경을 바꾸지 않는 버릇이 있다/위태롭다, 위태롭다-고 내가 말해도/창문에게는 풍경을 서로 바꾸지 않는 묘한 버릇이 있다」
오씨는 풍경은 진실이 아니며 그 속에 들어가 그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를 하나하나 들어보아야 한다는 비유로 사고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서로의 관점을 융합시킴으로써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씨는 그러한 일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하는 회의를 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맹목성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
김형영씨의『떠도는 말들은』은 시어가 일상적인 것이 눈에 띤다. 죽음을 시니컬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대 죽음이란 대상에 대한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보고있다.
송수권씨의 『정읍사』는 그 구성이 우선 눈에 뛴다. 자신의 시속에다 옛 정읍사를 삽입한 것인데 주제를 더 분명하게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송씨는 이 시에서 전통의 재발견·재확인으로 옛 정읍사를 재평가하고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왕조· 권력자 중심의 역사에서 서민중심의 역사인식으로 변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송씨는 이러한 관점에서 정읍사를 백제류 민사로 보고 한 많은 노래가 우리의 가슴을 그러잡는다는 감회를 밝히고 있다.
이유경씨의 『마른 풀』은 현실적으로 못나고 자랑 할 것도 없는 존재에 대한 이씨의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을 마른풀에 그리고 그들을 위한 낙원을 초록의 세계에 담아 놓았다.

<도움말 주신 분="김용직·박철희·조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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