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운 「주먹」하나만으로는 「세계의 벽」을 뚫을 수 없었다. 김태식, 처절한 KO패… 정상 복귀 실패|WBC 플라이급 타이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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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작은 거인』김태식은 처절하게 무너졌다.. 2라운드 2분46초 로프를 휘어잡고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다 그대로 쓰려지고 말았다. 래커 룸에 업혀온 김태식은 10분간의 얼음찜질로도 정신을 못 차리며 두통을 호소, 앰뷸런스에 실려 세브란스 병원에서 응급 진료를 받았다.
30일 밤 1만여 관중이 모여든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복싱 WBC플라이급 타이틀매치에서 도전자 김태식(24)은 챔피언「안토니오·아벨라르」(23·멕시코와의 타이틀매치에서 초반부터 격렬한 타격전 끝에 2라운드 종반 좌우연타를 맞고 2분46초만에 KO패, 정상복귀에 실패했다.
가공할 펀치력이었다. 「아벨라르」는 펀치력과 테크닉 등 「알폰소·사모라」 이후 한국에 온 경량급 복서로는 최초의 기량을 보유한 챔피언이었다.
김은 공이 울리자마자 왼손 훅을 「아벨라르」의 안면에 퍼부었으며 「아벨라르」도 한치의 양보 없이 역시 왼손 훅과 오른손 스트레이트로 맞서 타격전을 전개했다. 강자끼리의 난타전은 이미 KO승부를 예고하고 있었다. 2회에 들어 김은 계속 「아벨라르」를 몰아붙이며 좌우 훅을 안면과 옆구리에 가격했으나 김은「아벨라르」의 스트레이트에 코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 격들의 순간에 냉정한 「아벨라르」는 역습으로 나와 좌우 콤비블로를 10여 차례 퍼붓자 김은 도저히 강타를 견딜 수 없는 듯 등을 돌려 중립코너로 피하는 순간 쫓아온 「아벨라르」의 좌우 훅을 안면에 맞고 그대로 쓰러져 2분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지난해 2월 같은 장소에서 「루이스·이바라」(파나마)를 2회 2분11초만에 KO로 뉘어 최단 시간에 챔피언이 됐던 김은 이번엔2회2분46초만에 KO패로 최단시간에 도전에 실패하는 등 사각의 정글은 비정했다.
이로써 1차 방어에 성공한 「아벨라르」는 8연속KO승을 거두며 28(24KO)1무5패, 김태식은 15승(12KO) 3패를 각각 기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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